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22 14:26

성남 상대원3구역 공영개발 '복마전' 우려

성남 상대원3구역 현황도. (출처=성남시 홈페이지)
성남 상대원3구역 현황도. (출처=성남시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과거의 명백한 잘못으로부터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이를 다시 반복한다면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광주광역시 학동의 빌딩 붕괴사고 얘기다. 이 사고에서 드러난 잘못이 성남시에서 또 다시 재연될 우려가 있다. 

지난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재개발을 위해 철거 중이던 학산 빌딩이 무너져 내리며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가 명백한 인재로 밝혀지면서 전국민이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사건에선 철거 공사의 불법 및 비리가 한몫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붕괴 배경에는 철거업체 A와 정비업체 B가 있었다.

경찰은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안전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철거 방법 선택, 감리·원청 및 하도급업체 안전 관리자들의 주의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물의 붕괴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사고와 관련 총 23명을 입건하고 이중 6명을 구속했다. 특히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 9명은 입건했으며, 5명은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구속자는 철거 공사 수주 업체 2곳 관계자, 불법 재하도급 철거업체 관계자, 시공사 현장소장, 일반철거 감리자 등이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감리를 선정한 동구청 직원, 재하도급 금지규정을 위반한 하도급업체 대표, 원청업체 안전부장·공무부장 등 4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공사의 공동 수급자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실제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챙기는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지만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성남시 상대원3구역 공공형 재개발 구역에서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제보가 기자에게 입수됐다. 상대원3구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공영재개발사업이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2780번지 일대 45만470㎡에 9489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 사업으로 LH로부터 기존 조합의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주민대표회의가 여럿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가 광주학동 사태에 연루된 업체들과 결탁해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기자가 최근 직접 취재에 나섰다. 

취재 결과 상대원3구역 재개발사업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은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이 나타났다. 광주 학동 사태에 연루된 업체가 가칭 주민대표회의와 결탁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에서부터 주민대표회의 난립, 거액의 불법적 자금 흐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이 포착됐다.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대단지 사업은 이주단지 확보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가장 많이 확보한 (가칭)주민대표회의가 LH에 시행권을 넘기게 되고 LH와 협상을 하게 된다. 공영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동의서'를 가장 많이 확보한 측이 공식적인 주민대표회의로 인정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여러 주민대표회의가 난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상대원3구역은 3개의 (가칭) 주민대표회의가 활동하고 있다. (가칭) C주민대표회의의 경우, 정식 기구 설립 전부터 이를 홍보할 요원들을 고용하는 등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바로 이 (가칭) C주민대표회의가 광주 학동 사태에 연루된 업체로부터 수십억원을 지원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가칭) C주민대표회의가 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LH가 이들에게 사전에 지불한 막대한 비용을 보전하려 들 것이고 이런 상태는 곧 조합원들에게는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대원3구역에는 정비업체가 고용한 홍보요원들이 하루 일당 20여만원을 받고 수십 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기자에게 "이들 업체는 주민대표 기구로 선정되기 위해 사전에 막대한 홍보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원주민보다 외지인이 집을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높은 상대원3구역 특성상 집 주인들이 지역 실상보다는 빠른 재개발을 원하면서 불법적인 일을 마다하지 않는 업체에 힘을 실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는 상당한 정도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가칭) C주민대표회의에 소속돼 있는 홍보요원이 '주민동의서'를 편법으로 수집했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는 "막대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실상 (가칭) C주민대표회의가 공식적인 주민대표회의자로 지정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즉, 여러 곳에서 각자 자신들이 후에 공식적인 주민대표회의체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홍보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편법으로 '주민동의서'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칭) C주민대표회의가 성남시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주민대표회의체로 인정받기도 전에 관련업체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이 제보자는 이것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식 조합이 설립된 것이 아닌데다 임의단체들의 활동에 따른 구체적인 자금지출 내역이나 특정 법인의 관여 여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제보자들이 수집한 자료를 살펴보면 신빙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향후 취재를 이어가며 구체적 사실관계와 내용을 확인해볼 예정이다.  

광주 학동 붕괴 참사를 비롯해 최근 발생한 LH 비리 사태까지 연달아 발생하는 이권 업체들의 불법적인 행태가 대한민국에 '재건축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주민들은 과거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부실 참사의 기억'이 상대원3구역에서도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업의 빠른 진행과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도 성남시와 관련 부처의 면밀한 조사와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성남 상대원3구역 공영개발이 '복마전'으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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