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2.26 11:07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아무리 많은 매장을 열고, 아무리 많은 신메뉴를 선보이고, 아무리 많은 커피를 제공하더라도 팀홀튼은 최고의 커피 생산 지역에서 공급되는 100% 프리미엄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해 전 세계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로 제공됩니다.”

지난 14일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알렉 로바스키 팀홀튼 글로벌 음료 이노베이션 마스터는 전 세계 17개국, 5700여 개의 매장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의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맛과 품질의 커피를 제공한다지만 가격만은 영 달랐다. 가장 저렴한 블랙커피(브루커피)를 기준으로 한 잔당 가격은 한국은 3900원, 캐나다 현지는 1729원으로, 한국이 두 배 이상 비싸다. 아메리카노 가격도 한국이 4000원, 캐나다는 2700원이다.

팀홀튼의 성공 방정식은 바로 '가성비'다. '캐나다 국민커피'로 부상하며 캐나다 커피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 커피 브랜드 1위 스타벅스마저 캐나다에서는 팀홀튼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팀홀튼의 가성비 전략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팀홀튼은 한국에서는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해당 국가의 경제 수준, 시장 상황, 고객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가별 가격을 결정했다는 게 이유다.

해외에서 팀홀튼을 즐겼던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캐나다에서는 커피와 도넛, 베이글, 샌드위치, 수프 등을 저렴하게 판매해 가벼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국내에선 프리미엄 커피와 디저트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한국 땅을 밟고 몸값이 뛴 것은 팀홀튼 만이 아니다. 지난 6월 강남대로에 1호점을 오픈한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도 프리미엄 전략을 내걸고 미국보다 한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를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뉴욕보다 8% 가량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현지보다 비싼 가격에도 한국은 팀홀튼과 파이브가이즈 첫 입점에 열띤 '오픈런'으로 화답했다. 이를 두고 구매력과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품의 가치와 희소성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을 생각한 소비, 기업의 이념과 방향성을 고려한 '가치 소비'의 트랜드 확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희소성과 유명세만 쫓는 소비라는 지적과 '글로벌 호구'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팀홀튼에 이어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인텔리젠시아', 미국 서부 커피 브랜드 '피츠커피'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들도 프리미엄을 외치며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는 피리를 불 가능성이 다분하다. '비싸야 잘 팔리는' 나라의 '만만한' 소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작은 경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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