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12.26 10:29

투표함·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안 검토

서울시 선관위가 송출 중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화면. (사진제공=서울시 선관위)
서울시 선관위가 송출 중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화면. (사진제공=서울시 선관위)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투표 용지 전수 수개표 절차 추가 등 개표 과정에서 육안심사 강화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개표기(투표지 분류기)가 투표지를 제대로 분류하지 못해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26일 "현재도 투표지분류기 통과 이후 심사계수기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고 있지만, 중간 단계에 육안심사 과정을 한번 더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선거과정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투·개표관리절차 개선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개표 관리 절차 전 분야에 걸쳐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투개표 절차 변경은 입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논의를 통해 확정하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협조를 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전자개표기를 거친 무효표가 유효표로 분류되는 영상 등이 퍼지며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지금까지 이어지자 이를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선관위는 수개표 과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선거 절차 개선 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투·개표 과정에서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원칙적으로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총 32만6000명이 투표 및 개표 사무원으로 일했는데, 이 중 약 40%는 민간에서 자원한 인원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의 참여 비중을 대폭 늘려 원칙적으로 공무원 외에는 투표용지를 만지지 못하게 한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이 얼마나 추가로 필요한지 추산해 보고 있다"며 "지방공무원만으로 전체 선거관리를 할 수는 없지만, 투표용지 관리는 전적으로 맡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투표용지 이송 전 과정에 경찰이 반드시 입회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금은 관외에서 사전 투표한 용지를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관할 투표소까지 보낼 때 우체국 안에 경찰이 들어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경찰이 우체국 안에서 투표용지 이동을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투표용지 왼쪽 하단에 투표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직선거법 158조 3항은 사전투표관리관이 ‘도장을 찍은 후 교부한다’고 정했는데,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를 인쇄로 갈음한 경우가 있어 부정선거 음모론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해 현장에서 날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는 사전투표 특성상 대기줄이 길어질 수 있고, 투표 지연에 따른 민원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투표를 어렵지 않게 해서 투표율을 올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보관하는 곳이 지정되지 않아 '소쿠리 투표'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염성 질병을 가진 사람을 위한 별도 투표함 도입이 필요한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는 것은 ‘한 투표소당 투표함은 하나로 한다’는 공직선거법과 배치된다. 정부와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22대 총선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 입회도 강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권자가 관외에서 사전투표한 용지를 관할 선관위로 이송하는 과정이다. 지금도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옮길 때는 경찰이 입회하지만 우체국 등기우편 취급 과정에는 경찰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이 과정에도 경찰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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