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6 13:00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8월 24일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네이버)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중순 '2023 과학계를 만든 인물(네이처10)'에 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1년전 실체를 알렸던 오픈AI의 '챗GPT'였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에서 4:1로 승리해 화제가 됐던 알파고 등장 후 수년간 횡보하던 AI시장에 충격을 가져온 것은 한국시간으로 2022년 12월 1일 공개된 오픈AI의 챗GPT였다. 대규모언어모델(LLM) GPT-3.5를 기반으로 한 챗GPT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그래밍·창작·정보요약 등에서도 높은 성능을 보이며 전세계 이목을 사로잡았다.

오픈AI에게 막대한 규모로 투자를 한 MS는 챗 GPT를 이용해 자사의 운영체제(OS) '윈도'나 생산성 도구 'M365', 검색 서비스 빙(bing)에 생성형 AI 기능을 더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웠다. 질문에 유려한 답변을 내놓는 AI가 나오자 다른 빅테크들도 자사 LLM과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검색 제국' 구글은 AI 챗봇 '바드(bard)'를 선보이고 기존 구글 검색에 이를 적용했으며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지난 7월 대규모 AI 모델 '라마2'를 공개하고 9월에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구동하는 AI 챗봇 '메타 AI'를 선보였다. AI스타트업을 세운 일론 머스크도 AI 챗봇 '그록(Grok)'을 공개했으며 엑스(옛 트위터) 프리미엄 플러스 구독자에게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시장에서 이런 열풍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시장의 시선은 국내 빅테크인 네카오(네이버·카카오)로 향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며 국산 AI의 저력을 뽐냈다. 하이퍼클로바X는 대화형 AI '클로바X', 생성AI '큐(CUE:)' 등 주요 서비스의 기반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 모델을 통해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의 지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기존 모델을 고도화한 '코GPT2.0'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그룹리스크'가 터지면서 연내 발표는 불투명해졌다. 카카오는 그동안 AI 사업을 추진하는 카카오브레인을 중심으로 매개변수(파라미터) 60억, 130억, 250억, 650억개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을 테스트해왔다. 파라미터 규모가 클수록 생성형 AI 서비스는 고도화된다. 결국 그룹리스크가 해소된 뒤에야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5G 시장 정체와 정부의 정책 압박이라는 악재를 계기로 탈통신을 선언한 이동통신사들도 'AI'를 미래먹거리로 삼아 회사의 체질 개선을 이끌겠다며 AI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AI인프라 ▲AIX(AI전환) ▲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통신용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솔루션 사업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AI 피라미드' 전략을 제시하며 AI수익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연말 CEO 유임에 성공한 직후 내놓은 조직개편에서는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터머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등 AI를 중심으로 한 4대 사업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AI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톱팀'까지 신설했다.

이어 내년 1분기중 도이치텔레콤, 앤트로픽, 메타와 공동개발중인 통신사 특화 LLM도 공개한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외풍과 내홍이 있던 KT는 지난 8월 말 김영섭 대표를 새 CEO로 맞이하면서 본격적인 AI 청사진을 그리고 있으며 지난 10월 출시한 자체 초거대 AI '믿음'이 KT의 AI 사업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KT그룹의 AI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할 역할로 '기술혁신부문'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AI 테크랩'을 추가하는 등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도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의 개발계획을 내놨다. 자사고객을 위한 통신·플랫폼 서비스에는 새로 개발되는 익시젠을, 전문가 전용 초거대 AI서비스에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각각 활용키로 했다. 앞서 지난 7월 LG AI연구원은 그룹차원의 AI '엑사원 2.0'을 공개했었다. 지난 3년간 LG유플러스를 이끌어왔던 황현식 대표도 연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 이들 통신 3사의 3인3색 AI경쟁이 새해에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AI와 관련해 장밋빛 미래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픈AI의 챗GPT가 나온지 1년 후인 지난 11월 1일. 미국과 중국, 한국 등 27개국과 EU가 제1회 AI안전정상회의를 열고 'AI의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는 정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블레츨리 선언'을 채택, AI부작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달 오픈AI 이사회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를 돌연 해고했다가 5일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오픈AI의 설립 목적인 AI '윤리'와 '비영리' 추구가 샘 올트먼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허위 정보 확산·일자리 위협 등의 사회적 문제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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