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26 14:21

ESG위원회 설치율 52.1% '급상승'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총수일가가 책임을 지지않고 권한만 챙기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도 136개사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가운데 신규 지정 집단(8개) 및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426개)의 2022년 5월 1~2023년 4월 30일 기간 중 총수일가 경영 참여, 이사회 운영,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을 분석했다.

먼저 분석대상 회사(2602개사) 가운데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는 433개사(16.6%)이며, 전체 이사(9220명) 중 총수일가는 6.2%(575명)를 차지했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2019년 이후 하락추세였지만 올해는 2.1%포인트 상승했다. 주력회사,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셀트리온, KG, SM, KCC, MDM 순으로,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의 비율은 셀트리온, 반도홀딩스, KCC, KG, SM 순으로 높았다. 삼천리, DL,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총수일가 평균 이사 겸직수(1인당)는 KG(7개), SM(4.8개), IS지주(4.3개), MDM(3.5개) 순으로, 총수 본인의 이사 겸직수(1인당)는 SM(13개), KG(8개), 신영(6개), 영풍(5개) 순으로 많았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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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5.2%(136개사)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으면 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가 있는데 미등기임원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수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 권한을 갖고 배당을 받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해서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많이 재직하는 것은 더욱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7개사/15개사)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23.8%), 유진(19.5%), 중흥건설(19.2%), 금호석유화학(15.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재직하고 있었다. 181개 직위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104개로 절반 이상(57.5%)을 차지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5%로 작년(51.7%) 대비 0.2%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당 평균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법상 의무 기준을 초과해 선임된 사외이사는 회사당 평균 0.38명이다. 법상 의무 선임 기준은 890명인데 이를 118명 초과해 선임(2조원 이상 상장회사 14명, 기타 상장회사 104명)했다. 사외이사 선임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도 5.5%(134개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6%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하락했고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로 전년과 비슷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55건, 0.7%) 중 16건에 대해서는 사외이사가 반대했다.

이외에도 이사회 내에서 지배주주·경영진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는 관련 법상 최소 의무 기준을 상회해 설치됐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비재무적 성과를 중시하는 ESG(사회·환경·지배구조)에 대한 인식 제고에 따라 ESG위원회 설치회사 비율이 대폭 증가했다. ESG위원회는 법상 도입의무가 없지만 설치율이 52.1%로 최초로 통계를 집계했던 2021년(17.2%) 대비 3배 이상 높아졌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한편 주주총회에서의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집중·서면투표제는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늘었고 전자투표제도 80%가 넘는 상장사가 도입(83.5%)·실시(80.6%)했다. 특히 2010년 분석 이래 처음으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회사가 확인됐다. KT&G는 지난 3월 28일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 투표에 의해 기업의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로,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한다.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또 상장사 소수주주(전체 주주 중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이 행사됐다. 특히 주주제안권(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10건) 행사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지분 비율(73.3%)과 안건에 반대한 지분 비율(7.7%)은 해외 기관투자자(80.1%, 12.6%)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배주주·경영진 견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는데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크다"며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가 전체 분석대상의 5.2%에 이르고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중 과반수(57.5%)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대부분(각 99.3%)이 원안가결 되는 등 이사회 견제 기능도 여전히 미흡했고 집중투표제(0.3%)와 서면투표제(6.5%)를 실시한 회사 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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