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3.12.28 13:00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3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올해 IT업계의 단연 화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카카오다. 

지난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고, 무섭게 성장하며 재계 서열 15위까지 수직 상승한 카카오가 성장통을 톡톡히 앓고 있다.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카카오는 이제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는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열정과 비전을 가진 젊은 CEO 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마음껏 기업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작동하길 바랐고 실제로도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들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확인됐다. 이제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의 원흉처럼 지적되고 있다.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 된 카카오. 이제 우리 사회는 카카오에 그에 걸맞는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기존 광고 사업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65개였던 계열사는 2023년 8월 144개로 문어발처럼 늘었다. 2022년 4월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던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연말까지 계열사를 100개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카카오는 금융, 모빌리티, 의료 등 여러 규제산업 등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카카오 그룹에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 초반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카카오·뱅크·페이·게임즈 등 4개의 상장 계열사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것도 2021년 하반기부터다. 2021년 12월에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이른바 '먹튀 사건'이 알려지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올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이 발생했다. 카카오와 계열사 카카오엔터가 지난 2~3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하이브측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 10월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달 15일 김 창업자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카카오가 시세조종이 인정돼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는 것을 물론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SM인수도 무산될 수도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택시의 독점을 정면 비판하며 카카오 위기의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카카오의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다. 정부가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고 카카오를 정조준했다.

카카오는 쇄신을 강도 높게 추진하며 뒷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근본적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11월 카카오의 위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에 복귀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달 6일 카카오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김 창업자는 위원장을 맡아 주요 CEO들과 함께 카카오가 겪고 있는 위기상황을 모두 극복할 때까지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로 했다. 

이후 쇄신 작업이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카카오 택시는 지난 13일 택시업계와 신규 가맹택시 계속 수수료를 낮추기로 합의했다. 약탈적이라고 비난 받았던 수수료를 2.8%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일반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방안도 마련됐다. 2024년 안에 비가맹기사 대상 프로멤버십을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카카오 T에서 일반 택시 호출에 대한 '수수료 무료' 정책도 변동없이 그대로 유지해, 비가맹 택시기사는 누구나 기존처럼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리더십도 개편도 서두르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고,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AI기술 이니셔티브 역량을 확보하고, 규모에 맞는 시스템과 체계를 만들어 사회적 눈높이를 맞춰 나가는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지난 18일 첫 회의를 진행하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준신위는 카카오와 게임즈·뱅크·모빌리티·페이 등 주요 관계사들과 '카카오 공동체 동반성장 및 준법경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준신위는 카카오를 포함한 총 6개사에 대한 준법 지원 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김소영 준신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단순히 카카오의 잘못을 지적해 현재의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 아닌, 카카오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의 틀을 잡는데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새로운 카카오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사내 공지를 통해 카카오의 변화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확장 중심의 경영 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할 방침이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갈 계획이다.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카카오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는 의지도 발표했다. 

카카오 쇄신 노력은 주가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3만73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 지난 27일 5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가 이번 위기를 넘기고 제2의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수 있을 지 주목된다.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