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7 13:00

첫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새해 정중동 행보 변화 관심

김영섭 KT 대표 (사진제공=KT)
김영섭 KT 대표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재계 순위 12위 KT는 올해 새로운 리더를 찾기 위해 9개월간 멀고도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다.

연임 도전에 나섰던 구현모 전 대표를 비롯한 전임 경영진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의혹 등이 거론되며 경영혼란은 물론 검찰수사까지 겪어야 했다. 

논란의 시작은 구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 이사회로부터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 실적과 주가는 연임의 청신호였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신호를 내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사회는 다시 사내·외 후보자 27명을 두고 2번째 심사를 진행해 구 전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다시 발표했지만 국민연금이 또 다시 반대하면서 백지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결국 이사회가 올 3월 3번째 공개경쟁을 통해 윤경림 당시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최종후보로 내정했지만 다시 '이익 카르텔'논란이 나오자 윤 사장은 내정 20일 만에 사퇴했다. 

특히 검찰이 이른바 'KT 이권 카르텔'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면서 구 전 대표와 남중수 전 KT 대표까지 잇달아 소환하고 광화문 사옥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위기감은 더 커졌다. 결국 이사진까지 물러났고 KT는 새 대표와 이사를 뽑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낙점된게 지난 8월 4일. 이어 김 내정자가 26일 후인 8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로 공식 취임하며 약 9개월만간 이어진 KT CEO 찾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 대표는 ‘내부인물’이나 외부 정관계 '낙하산'이 아닌 관련 업계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소방수로서의 기대감을 키웠다. 

김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84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 계열사에만 40년 가까이 몸담아 왔다. 그룹회장실의 감사팀장을 비롯해 총무과장, 그룹구조조정본부의 재무개선팀 상무를 맡으며 긴 시간 재무 분야에 몸담아 왔고 지난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5년부터 7년간 LG CNS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친숙했다.

첫 메스는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의 보직해제였다. 우선 급한 개편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KT는 당장 정상화되지는 못했다. 

9월 말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회선 수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년 3위' LG유플러스가 '2위' KT를 넘어섰다. 이기간 전체 이동통신 가입회선은 SK텔레콤 3116만8214, LG유플러스 1801만6932, KT 1713만3388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 구도에서 LG가 KT를 넘어선 것은 통신 3사 체제가 구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LG유플러스는 차량관제와 원격관제, 무선결제 등 설비관리용 사물 지능통신(IoT) 회선을 중심으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이슈가 되면서 KT는 “고객용 휴대전화가입자 수로만 따지면 KT가 2위로 변화된 것은 없다”며 “IoT까지 포함된 전체 가입자 수 역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LG유플러스는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두 회사의 신경전은 새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월 30일 김 대표는 첫 공식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 대표의 내정자 시절까지 감안하면 약 4개월, KT차원에서는 2년 만의 정기 임원인사이기도 했다. KT는 통상 매년 12월 초·중순께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는데 빠르면 11월에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CEO인선이 혼선을 겪으면서 임원인사를 하지 못했다.

이날 인사에서 구 전 대표 재임 당시 이른바 '디지코'(DIGICO) 전략의 중심에 있던 일부 사업부문이 통폐합됐고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은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다. 조직의 경우 그룹 경영 및 사업전략, 국내·외 전략투자, 외부 제휴·협력 등을 담당하던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의 해체가 상징적이다.

인사의 경우 특히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 부서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그룹사 경영·사업 리스크에 대한 관리·조정 기능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 등 외부인사 발탁도 이뤄졌다. 또 상무 이상 임원은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20%감축한 점도 두드러졌다.

김 대표는 새해 새 도전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압박, 미래를 결정할 새 신사업 육성은 과제다. LG유플러스와 접전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친정인 LG그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할 수 도 있다. 

김대표는 내정자 시절부터 지난 6개월간 공개일정을 삼가며 '정중동'(靜中動)해왔다. 그의 변화될 행보도 새해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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