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27 15:04

미 기업들, 중국 반도체 조달 비중 줄일 것…국내 업체 재고 소진 지속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미국 상무부가 내년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가 중국산 반도체로 인한 국가 안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통신, 방산 등 주요 산업 부문에서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범용 반도체 사용 현황은 물론 조달처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물론 중국에 의한 미국 안보 위험 축소, 범용 반도체 생산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부장관은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기업들이 레거시(범용) 공정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회사들이 경쟁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우려스러운 관행을 목격했다”며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사업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체 시장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번 미국의 조치가 중국 반도체 기업인 YMTC, CXMT, SMIC 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자체 기술로 7나노 공정 반도체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생산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를 자주 해왔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다시 제재 강화에 나서 중국에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 상무부의 이번 조사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규제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게 되면서 중국 반도체 조달 비중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4분기부터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규제와 관련 없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나타내왔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중국 다롄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낸드플레시 회사인 솔리다임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최근 솔리다임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 상부무의 미 기업을 상대로 한 범용 반도체 조사로 인해 많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생성형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가 껑충 늘어 사업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규제로 또 한번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D램 매출이 46억2600만 달러로 2분기보다 34.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내년 1월부터 100여 개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의존도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미국 상무부가 내년에 중국 범용 반도체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시하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등 재고 소진에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낸드 가격 인하를 통한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는 YMTC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의 3분기 기준 재고 자산은 약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 부문 재고자산은 전체 재고자산 중 61%를 차지해 33조73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에 비해 16.1%인 4조6731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또 SK하이닉스의 3분기 재고자산도 2021년 말 기준 8조9500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14조947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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