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27 14:18

공정위,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기준' 마련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경쟁당국이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간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가 단절돼 있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요건을 마련하고,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내국인·외국인 모두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논의를 촉발시킨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쿠팡의 최대 주주인 김 의장은 미국 국적자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총수없는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2월 6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 및 절차 등을 정한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입법예고를 하는 시행령 개정안은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 판단의 명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자연인 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는 일반원칙을 명문화하면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법인 등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요건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우선 동일인 판단의 일반원칙으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되, 그러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보도록 했다.

시행령에서는 일반원칙의 예외로서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즉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서,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하되, 예외요건 미충족 시에는 설령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동일인 제도의 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동일인 판단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은 동일인 판단을 위한 5가지 세부기준, 동일인 변경 사유·시점,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동일인 판단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규정하고 해당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동일인의 사망, 지분 매각,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에 따라 동일인 변경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유발생 이후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일인 확인 절차도 명문화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기업집단 지정 전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하며, 이에 대한 기업집단 측의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연인의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는 자연인 동일인 판단의 일반원칙과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동일인 판단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했다"며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예외기준을 기업집단 규제목적에 비춰 합리적 수준으로 설정하고 동일인 잠정 확인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함으로써 기업집단의 절차적 권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서는 "개정된 시행령이 시행되는 경우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집단이 몇 개나 되는지를 현재로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예외요건과 관련해 친족의 경영참여 여부라든가 계열사와의 자금대차, 채무보증 존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새로이 파악해야 되는 사실관계라 현재 해당하는 기업집단 수를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2023년 기업집단 지정 당시 현황에 비춰볼 때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쿠팡도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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