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28 11:59

"중장년층·고소득층 등 상환능력 양호한 차주 위주로 대출 늘어"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한국은행 본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가계대출이 올해 4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증가세가 가팔랐던 2020~21년이나 과거 장기평균과 비교해보면 증가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계대출 연체율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승함에 따라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이 28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구입을 위한 자금수요가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자금용도별 신규취급 가계대출(국내은행 기준) 비중을 보면 주택구입 용도가 1~3월(41.3%)에 비해 4~10월 46.9%로 늘어난 반면 생계자금 용도 비중은 같은 기간 26.7%에서 21.3%로 축소됐다.

연령대별로는 여타 연령층보다 중장년층(40~50대)이, 소득수준별로는 중·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상위 30%)의 대출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3분기중 신규로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장년층의 대출 비중은 50.5%로 1분기(49.1%)에 비해 높아진 반면 청년층은 1분기 39.1%에서 2~3분기 37.6%로 낮아졌다.

다만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저소득 또는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의 기관에서 대출을 이용 중인 차주(취약차주)나 비은행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흐름을 지속하면서 2023년 3분기 현재 8.86%로 비취약차주에 비해 크게 높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2023년 3분기1.91%로 은행(0.35%) 대비 상당히 높다.

한은은 "최근 신규로 취급된 가계대출이 중장년층·고소득층 등 상환능력이 양호한 차주 위주로 늘어났고 연체율이 장기평균 수준에 비해 낮은 데다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 비율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제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을 증가시켜 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도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차주의 DSR이 상승하면서 소비 임계수준을 상회하는 고DSR 차주가 늘어날 경우 이는 차주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에 걸쳐 가계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주의 상환능력에 기반한 DSR규제 정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의 질적구조를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서민·실수요자 등에 대한 자금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취약차주 및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부실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연체채권 관리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급증세를 보였던 자영업자대출의 증가세가 올 들어 크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중이 소폭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대출의 상당 부분을 고소득·고신용 우량 차주들9)이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영업자대출 부실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되나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한은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이자부담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정상차주의 자발적 대출상환 및 부채 구조 전환 등을 추진해 자영업자대출 관련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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