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30 11:59

이동관 위원장 100여 일만에 하차…후임 검사출신 김홍일 위원장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도전의 날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회고록 제목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25일 방통위원장에 취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0일 한상혁 전임 방통위원장 면직처분을 재가한지 3개월여만의 일이었다. 

정부는 한 위원장이 2020년 종편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변경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자 면직 절차를 밟았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달 1일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전격적인 사퇴로 스스로 물러나면서 ‘95일 일간의 도전’에 만족해야 됐다. 이 위원장은 KBS사장 임명과정,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이사 해임 과정, YTN 등 보도채널 매각 혼선 등의 책임도 모두 떠안고 떠났다.

이 위원장 후임으로 지난 29일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임명돼 업무를 시작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적 공기(公器)인 방송・통신・미디어의 공공성을 재정립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하며 첫출근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올 한해 1년 사이 한상혁·이동관·김홍일이라는 총 3명의 위원장을 맞게 된 유례없는 상황을 맞았다. 

방통위원장이 이처럼 부침을 겪게 된 배경은 방송 및 언론과 불화였다.  

논란은 지난해 9월 22일 윤 대통령의 방미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논란'부터였다. '(미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보도에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이어 올들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문제가 불거져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견해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맞서면서 정부와 여당은 더 적극 대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KBS와 MBC 등 공영방송 구조개편과 포털 사이트 개혁문제가 거론됐다.  KBS·MBC 이사진 교체가 속도를 냈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포털 사업자 압박, KBS 수신료 분리징수, 보도전문채널 YTN 매각 등이 추진됐다.

여기에 ‘가짜뉴스’라는 주제가 더해졌다. 가짜뉴스 문제는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해 합성한 가짜 이미지) 등의 사례가 미국 정치권까지 흔들면서 국내 발생가능성에 대한 공감대와 경계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 가짜뉴스의 정의가 기존 언론사들의 보도형태까지 확대됐다. 지난 7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은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내걸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언론사 글·영상까지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했고 이른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허위 논란은 주요 방송사에 대해 무더기로 '과징금 부과'로 결론냈다. 

이 인터뷰를 인용해서 보도한 MBC TV '뉴스데스크'에는 과징금 법정 최고금액인 4500만원이 부과됐다. 이어 KBS 1TV '코로나19 통합뉴스룸 KBS 뉴스 9' 3000만원, MBC TV 'PD수첩' 1500만원, JTBC 'JTBC 뉴스룸' 1000만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 2000만원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주요 방송사에 대해 무더기로 '과징금 부과'가 결정된 것은 방심위 출범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과징금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돼 통상 최고 중징계로 인식되는데 특히 이 심의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방심위에 넣은 이른바 ‘청부민원’이 시발점이 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결국 이런 혼선은 신임 김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김 위원장 취임으로 방통위는 다시 최소의결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 '2인 체제'가 됐다. 하지만 ‘2인’체제는 또다른 논쟁의 시발점이기도 해왔다. 방통위는 독립성을 위해 합의제 행정기구로 설립돼 총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5인 방통위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1명), 야당(2명) 추천으로 임명되는데 현재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대통령이 지명한 ‘2명’체제다. 나머지 3명은 공석이다. 

야당 몫으로 지난 3월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이 추천돼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임명이 7개월 가량 지연되자 결국 자진 사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지난 8월 추천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은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탄핵추진의 주된 사유 중 하나가 방통위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2인체제 운영을 강행한 것”이라며 “2인 체제로 중요한 결정을 하고 방송사 매각에 따른 사유화를 결정한다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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