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12.30 16:26
신세계백화점 신년 전시회에서 공개된 김지영 작가의 '龍氣(용기)여 솟아라!'.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백화점 신년 전시회에서 공개된 김지영 작가의 '龍氣(용기)여 솟아라!'.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뉴스웍스=김상우·김다혜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에 저마다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기업들은 실적 부진의 고육책으로 희망퇴직이란 극약처방을 내렸고, 활로 모색을 위한 사업 재편에 분주했다. 이러한 시련에도 ‘K-푸드’의 비상은 식품외식업계의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내일을 기대하는 위안거리로 작용했다. 뉴스웍스는 유통업계의 올해 10대 뉴스를 선정·정리했다.

1. 고물가 여파 ‘플레이션 전성시대’

올해 유통업계의 키워드는 ‘고물가’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과 함께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쓰나미처럼 밀려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유동성 확장 기조를 이어간 탓에 청구서로 나타난 것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진단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정한 것과 이상기후로 인한 국제 곡물가 변동,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밀크플레이션’, ‘슈거플레이션’, ‘에그플레이션’, ‘런치플레이션’ 등 인플레이션을 차용한 각종 신조어가 등장했다. 특히 정부와 업계의 줄다리기가 쟁점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올리지 않고 제품의 양을 줄이는 현상)’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며 식품업계를 강하게 압박했다.

시민단체들은 고물가를 두고 ‘그리드플레이션(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상승)’이라 주장하는 등 당분간 고물가로 인한 갈등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OECD는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오는 2025년께야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계 미국인 음식 블로거 사라 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현지 대형마트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냉동 김밥인 'KIMBAP'을 먹어본 영상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한국계 미국인 음식 블로거 사라 안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현지 대형마트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하는 냉동 김밥인 'KIMBAP'을 먹어본 영상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2. 날아오른 ‘K-푸드’…라면‧과자‧김밥‧김치 전 세계 홀리다

국내 농식품 수출액이 90억달러(약 11조6100억원)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품목별로는 라면이 9억3800만달러로 수출 규모가 가장 많았다. 전년 7억5200만달러 대비 24.7% 증가다. 과자류도 6억5100만달러로 6.0%, 음료는 5억6700만 달러로 11.6% 각각 증가했다. 쌀가공식품은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냉동김밥을 필두로 19.3% 증가한 2억13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이 밖에 김치가 10.3% 증가한 1억5300만달러, 딸기는 22.5% 늘어난 69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내는 등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이 고르게 성장했다. 수산물까지 더하면 수출액 120억달러 돌파가 거뜬할 전망이다.

특히 업체들마다 K-푸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현지 공장 준공, SNS를 통한 마케팅 강화, 지역별 맞춤형 제품 출시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산 식품의 인기 요인에는 한류 콘텐츠 영향력과 전 세계적인 ‘매운맛’ 열풍이라는 트렌드 측면, 발효식품과 같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3.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혼란은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하며 식품업계에 큰 혼란을 줬다. 특히 건강을 생각하는 ‘제로 칼로리’ 트렌드 확산에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사용하던 식음료 업체들은 인공감미료 대체에 나서는 등 대안 마련에 분주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스파탐의 유해성이 소비자들의 우려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이 속한 2B군은 인체나 동물실험에서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조절이 필요한 수준을 뜻한다. 일일 섭취 허용량만 준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평가한 아스파탐 권고 섭취량에 도달하려면 체중 60㎏ 기준 성인이 250㎖ 제로콜라를 하루에 55캔 가까이 마셔야 한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달걀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다. (사진=뉴스1)
잼버리 조직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달걀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다. (사진=뉴스1)

4. 잼버리 파행, ‘곰팡이 달걀‧바가지 논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 운영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153개국 청소년 4만여 명이 참가한 국제대회였지만, 부실 준비로 인해 온열 질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여기에 화장실과 샤워실 등의 열악한 시설이 외신에 속속 보도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한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행사의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등 식음료 서비스 운영 공식후원사로 나선 아워홈은 ‘곰팡이 달걀’ 공급 논란을 일으켰으며,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바가지’ 논란으로 망신살을 키웠다. 정부는 잼버리 부실 운영이 일파만파 커지자 총대를 메고 민관 자원을 총동원해 행사를 겨우 수습했다.

후쿠시마 원전내 오염수 탱크. (출처=도쿄전력 홈페이지)
후쿠시마 원전내 오염수 탱크. (출처=도쿄전력 홈페이지)

5.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처음엔 ‘들썩’ 지금은 ‘잠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방류 초기 천일염 등 일부 품목은 사재기가 일어났고, 오염수 관련 괴담이 퍼지는 등 공포감이 크게 조성됐다.

하지만 정부의 수산물 안전관리 강화를 비롯한 과학적 검증이 국민 우려 불식이 효과를 보면서 현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회복됐다. 정부는 올해 수산물 검사를 2만1400여 건으로 전년 대비 2배 확대했으며, 내년에는 2만5000건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다만, 일본은 약 30년에 걸쳐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 수산물 소비 저하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6. 실적 부진에 ‘희망퇴직’ 칼바람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대형마트를 비롯해 면세점, 화장품, 식음료 업체 등 유통업계 전반에 희망퇴직 한파가 몰아쳤다. 인건비 감축으로 재무구조 부담을 개선하겠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지난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마트와 슈퍼의 통합운영을 결정한 뒤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인력 효율화에도 착수했다. 적자 부담이 누적되며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11번가도 구조조정을 서둘렀으며, 매일유업은 저출산 여파에 유제품 소비량이 크게 줄자 경영 악화 개선을 명분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의 소비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창사 첫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방문판매 사업부(뉴커머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 밖에 SPC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 쉐이크쉑 등 14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GS리테일과 롯데면세점도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리유저블 컵 반납기에서 컵을 반납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리유저블 컵 반납기에서 컵을 반납하고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7. “이랬다저랬다”…변덕 심한 재활용 규제

정부가 친환경 정책으로 추진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을 오락가락하면서 일선 현장이 혼란을 빚었다. 당초 환경부는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종이컵·플라스틱컵·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금지 방안은 철회하기로 선회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러한 재활용 정책 변화가 쓰레기 처리 비용 증가를 불러오면서 선진적인 폐기물정책의 후퇴, 국민의 재활용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반발했다. 여기에 약 238억원 3년 동안 투입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예산낭비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깨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외식업계는 외식매장의 비용 절감부터 고객 분쟁 발생을 막아주는 등 정책 변화를 찬성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식당 일회용 물티슈 사용금지 조처도 3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재활용 규제를 지속 완화시킬 방침이다.

 

한 고객이 CU 편의점에서 '곰표밀맥주'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BGF리테일)
한 고객이 CU 편의점에서 '곰표밀맥주'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BGF리테일)

8. 맥주 수난시대…‘오줌 맥주+갑질 맥주’

글로벌 맥주 브랜드인 칭다오 맥주가 ‘오줌 맥주’ 논란으로 글로벌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소재한 칭다오 제3공장에서 한 직원이 맥주 원료에 방뇨를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해당 사고로 중국 맥주 수입량이 급감했으며, 칭다오 맥주를 수입하던 국내 업체는 매출 직격타에 희망퇴직까지 결정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국내 수제맥주 열풍을 이끌었던 ‘곰표밀맥주’는 제조사인 세븐브로이맥주와 상표권자인 대한제분의 갈등이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양사는 상표권 계약종료 과정에서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과 허위라는 주장이 맞서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칼스버그맥주의 국내 유통을 맡았던 골든블루는 칼스버그그룹의 일방적 거래 중단이라는 갑질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국내 스낵 시장을 달군 농심 '먹태깡'. (사진제공=농심)
국내 스낵 시장을 달군 농심 '먹태깡'. (사진제공=농심)

9. 안주 과자 열풍 ‘먹태깡’ 품절대란

농심이 출시한 ‘먹태깡’이 국내 스낵시장에 열풍을 몰고 왔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뒤, 12월까지 약 1200만봉이 팔린 것으로 잠정집계된다. 먹태깡 인기에 롯데제과도 ‘노가리칩’을 출시하며 흥행전선에 합류하는 등 같은 기간 700만봉 이상이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현상까지 일어났고, 지금도 제품 구매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먹태깡 인기는 SNS를 통한 소비자들의 구입 후기가 반향을 불러일으킨 점, 맥주 안주로 잘 알려진 먹태를 접목한 점, 안주 과자에 대한 MZ세대의 호기심이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인증.샷을 SNS를 통해 알리는 등 자발적인 홍보가 이어진 점도 먹태깡 인기를 거들었다. 농심 먹태깡 인기는 2014년 8월 출시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인기에 이어 근 10년 만에 나타난 스낵 열풍이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10. ‘알리에 테무까지’…중국산 초저가 이커머스 상륙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상륙했다. 양사 모두 중국 현지 판매자를 통한 직구와 초저가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계 이커머스의 강력한 도전에 업계 1위인 쿠팡은 중국 현지 판매자 확장부터 초저가 코너 강화 등 견제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초저가 시장의 대표주자인 다이소도 전국 익일배송을 시작하며 온라인 사업 확대로 맞불을 놓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습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불경기를 파고든 초저가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에 ‘찻잔 위 태풍’이 될 것이란 평가절하다. 테무의 경우 미국과 영국 의회에서 소수민족의 강제노역으로 초저가를 고수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반감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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