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02 14:02

"본원적 경쟁력 강화, 미래 변화 대응력 확보 중요"
미·중 패권 경쟁 지속 등 불확실성 어느 해보다 클 것…유연한 대응 꼭 필요

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각사)
최태원 SK그룹 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제공=각사)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혁신·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변화에 대한 대응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해현경장 자세로 경영시스템 바꾸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의 경영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가자”고 밝혔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옛 한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 회장은 1일 오전 SK그룹 전체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신년 인사를 전하며 “새해에도 우리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은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 에너지 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으로 쉽지 않은 한 해였으나,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구성원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는 “SK그룹이 그린에너지,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점과 역량을 결집하고 외부와 적극 협력해 나간다면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장기간의 대외활동으로 SK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새해에는 ‘우리의 행복’이 지속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환경을 우리 스스로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는 계기로 삼도록 해 달라”며 “SK 구성원들이 모두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행복을 키우는 갑진년(甲辰年)이 되기를 소망한다”며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차별적 고객가치 몰입 필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LG가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되는 가치를 차별적 고객가치라고 정의하고 이에 대한 몰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20일 국내외 LG 구성원들에게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통해 "지난 5년간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노력하며 높아진 역량만큼 고객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모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객경험 혁신을 이야기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또 차별적 고객가치를 만든 사례로 트롬 스타일러와 건조기, 전기차 배터리, 올레드 등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WOW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고, 미래의 고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차별적 고객가치는 이미 우리 DNA 안에 깊이 자리해 있다”며 “LG그룹의 모태인 락희(樂喜)화학공업사는 사명에 ‘고객에게 즐겁고(樂) 기쁜(喜) 경험을 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LG에게 고객가치는 이름을 걸만큼 중요한 약속이었고, 그 약속이 지금의 LG를 만들었고, 미래의 LG를 이끌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사진제공=각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사진제공=각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미래 위한 도전과 혁신 화두 삼아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도전과 혁신을 화두로 삼고 새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미중 패권 경쟁, 지정학적 위기 등 여파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런 때일수록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주문했다. 우선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원전 분야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가스터빈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건설기계 분야 신기술로 새 수요를 창출하자고 밝혔다. 또 반도체와 전자소재 분야 전방산업 트렌드 변화에 적시 대응하고, 협동로봇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자는 목표도 제시했다.

박 회장은 또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며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구조 강화 노력 지속, 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 강화를 주문하고, 수평적 조직문화와 안전도 강조했다. 그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통한 빠른 의사 결정, 소통 비용 감소로 경영 기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며 “임직원 안전보다 우선 순위에서 앞서는 것은 없다”고 안전을 당부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 "모두가 국가대표…상상치 못한 변화 만들라"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위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지고 "상상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권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지속 등 불확실성이 어느 해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에 대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창업 50주년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50년을 시작한 해였다"며 "그룹 명칭을 변경하고, 지속성장의 토대를 다지면서 많은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내년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진 2%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그보다 낮은 1%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존을 위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제품을 만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적당히 평균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라면 그 기업은 성장할 수 없고, 결국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주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0년대 후반에 기고한 글을 언급하며 "자기가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 열중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과 애정을 보인 창업자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시작은 바로 내 머릿속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므로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먼저 나를 바꿔야 한다"며 "리더들은 겸손한 마음을 갖고 회사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본원적 경쟁력 강화…최우선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까지 별도의 신년사 없이 주로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해오고 있다. 그는 2022년 12월 30일 동남아시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새해에도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새해 각오를 밝혔고, 약속대로 지난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2일 열린 시무식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주재해 새해 경영 계획과 목표를 담은 신년사를 전했다. 

한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끌어 온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며 "지난 50년간 반도체 기술을 선도해 온 DS 부문은 경쟁사와 격차 확대를 넘어 업계 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자"고 당부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이날 공동 명의의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과 재도약을 다짐하며 ▲초격차 기술에 기반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미래 변화 대응력 확보 ▲강건한 기업문화 구축을 당부했다.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체감 성능, 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고, 고객 입장에서의 사용성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주문했다.

또 삼성전자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Eco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을 갖추길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Eco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디바이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과거의 수동적인 친환경 대응에서 벗어나 근본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미래 친환경 제품을 적극 발굴하자"고 부탁했다.

그는 "과거에 없던 인구구조와 세대 변화로 소비자가 달라지고 있는 시기에는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의 발굴이 더욱 필요하다"며 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또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조직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며 '강건한 기업문화 구축'을 당부했다. 그는 "리더들은 조직 내 정확한 소통과 격의 없는 건설적 토론을 통해 구성원들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자기 주도적 시간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초일류 기업문화를 구축하자"고 덧붙였다.

이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일 오전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신년회를 개최하고 신년사를 발표할 게획이다. 

현대차그룹이 기아에서 신년회를 개최하는 것은 1999년 기아 인수 및 그룹 편입 이후 처음이다. 특히 생산공장에서 신년회를 여는 것도 최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같이 하는, 가치 있는 시작'을 주제로 새해 경영방침 및 목표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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