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1.03 14:18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 전원회의 심의사건…게임사 기만행위 관련 '역대 최다' 과징금"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트럭시위.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트럭시위.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이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메이플스토리 운영사인 넥슨에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초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로 구매할 수 있었던 '큐브' 아이템에서 특정 옵션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촉발됐다. '큐브'는 아이템의 잠재능력을 교체할 수 있는데, 당시 '보스 몬스터 공격 데미지 증가'가 3번 붙는, 일명 '보보보' 옵션을 띄우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돈을 쏟아붇 있는 상황이었다. 1년 간 큐브 구매에만 최대 2억8000만원을 소비한 이용자도 존재했다.

다만 넥슨이 '큐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면서 '옵션 3개가 붙는걸 금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조작 논란이 터졌다. 애초에 '보보보'가 불가능하도록 제한을 걸어놓고도 알리지 않은 것이다. 트럭 시위부터 간담회까지 한동안 시끄러웠던 게임계 이슈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를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됐다. 이미 넥슨은 2018년 온라인 게임인 서든어택에서도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기만행위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조사는 2021년도에 발생한 메이플스토리 게임 무료아이템인 '환생의 불꽃' 사태로 인해 '큐브' 확률이 선별적으로 공개됐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인기 중복옵션이 나오지 않도록 변경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게임 무료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 아이템의 추가 옵션 출현이 무작위로 부여된다는 공지를 이용자은 '균등 확률'로 부여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가중치가 적용된 확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게임 전반의 확률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심사관은 일련의 큐브 사태가 전자상거래법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넥슨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먼저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은 2010년 5월에 단기간에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고자 하는 유저의 심리를 이용해 '돈으로 살 수 있는 결정적 한방'으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려 했다. 해당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넥슨의 수익을 견인했다.

넥슨은 큐브 판매 과정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잠재 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하거나,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 

특히 넥슨은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큐브 사용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등을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넥슨은 2011년 8월 4일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고 거짓 공지했다.

또 넥슨은 2013년 7월 4일부터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하면서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그 확률을 지속적으로 낮췄다.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큐브 확률변경 히스토리 노출 범위를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의 방침은 2021년 3월 4일 확률공개 이후에도 지속됐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넥슨의 버블파이터 게임과 관련한 거짓·기만행위도 적발됐다.

넥슨은 자신이 서비스하는 버블파이터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애초에는 확률형 아이템인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했다. 그러나 10차 이벤트부터 29차 이벤트까지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 골든 숫자카드 출현 확률을 0%로 설정하고, 6개 이상 매직바늘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카드 획득이 가능하도록 확률을 설정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넥슨은 올빙고 이벤트 관련 공지에서 매직바늘 사용 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정보는 확률이다. 무형의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절대 이를 알 수가 없다"며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 결정의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린 것으로, 그로 인한 소비자의 유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정위는 이번 넥슨의 행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넥슨에게 각각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6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총 116억42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메이플스토리 관련 행위 과징금이 115억9300만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내 온라인 게임사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공정한 거래의 기반이 되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공돼야 하는 중요 정보의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 사건은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으로서 게임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등에 대해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3월 게임사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거짓·과장·기만적인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는 등 적극 협업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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