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1.04 09:32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단일 사건으론 최대 규모의 희생자다. 이란은 외부세력에 의한 '테러'로 판단하고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강력히 의심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5분께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820㎞가량 떨어진 케르만주의 주도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무덤을 중심으로 추모식이 진행되는 도중 약 700m 거리의 도로에서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이어 10분쯤 뒤 묘역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두 번째 폭발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다. 첫 번째 폭발 때 현장에 도착해 부상자 응급조치 등을 하던 구조대원 3명도 이 폭발로 숨졌다.

익명의 소식통은 "폭발물이 담긴 가방 2개가 원격 조종으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았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기일에 맞춘 추모식인데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국면이 겹쳐 순교자 묘역으로 수만명의 추모객 행렬이 이어진 탓에 인명 피해 규모가 컸다. 폭발물이 터진 도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묘지를 참배하려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케르만 지역 의료진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인명 피해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에서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케르만주 부지사는 언론에 "2건의 폭발은 테러 공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이번 폭탄 공격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려는 여러 음모의 연장선에 있다"며 "범인들에게 곧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은 "솔레이마니 장군에 원한을 품은, 세계의 '오만한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러 분자들이 우리나라를 불안케 하려는 다양한 음모를 좌절당하자 이란 국민에 대한 복수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언론과 지도부가 언급하는 '오만한 세력'이란 미국과 이스라엘을 뜻한다.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끌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나오다가 미군의 드론 폭격에 암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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