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1.10 11:59

진압 작전 통해 관련자 13명 체포

TC텔레비시온 방송으로 생중계된 무장 괴한들. (출처=엑스)
TC텔레비시온 방송으로 생중계된 무장 괴한들. (출처=엑스)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남미 에콰도르의 치안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무장 괴한들이 TV 방송국에 난입해 직원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등, 무법 폭력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이 나라 최대 도시인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 명의 무장 괴한이 침입했다.

두건과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이들은 뉴스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뛰어 들어가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에게 총구를 겨눴다. 괴한들은 카메라에 수류탄을 내보이거나 방송국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의 상의 주머니에 폭발물을 집어 넣는 행동도 했다. 현장에서는 총성과 "쏘지 말라"는 외침도 들렸다.

이 급박한 상황은 일부 그대로 중계됐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도 관련 영상이 퍼졌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사건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오늘 에콰도르가 내부 무력충돌 상태 임을 선포하는 긴급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며 "대통령은 폭력집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도록 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현장에 급파돼 진압 작전을 펼쳤고, 1시간여 만에 관련자 13명을 체포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노보아 대통령이 최근의 치안불안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앞서 노보아 대통령은 '로스 초네로스' 갱단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 탈옥을 계기로 전날에 60일 기간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했다. 주민들에게는 통행금지(오후 11시∼ 다음 날 오전 5시)도 명령했다.

그러나 에콰도르 내 사회 혼란은 더 가중되는 모습이다.

전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몇 년 새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그러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살인과 납치 등 강력 사건 발생 빈도도 크게 늘었다.

각종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스테이티스타닷컴'에 따르면 2022년 에콰도르 살인 범죄율은 10만명 당 25.9명으로,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 중 자메이카(52.9명), 베네수엘라(40.4명), 트리니다드토바고(39.4명), 온두라스(35.8명), 콜롬비아(26.1명) 다음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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