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1.11 01:00
 비인두 림프관망의 3차원적 구조 (사진제공=IBS)
 비인두 림프관망의 3차원적 구조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우리 뇌에서는 대사활동의 부산물이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된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킨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장 연구팀이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통로가 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 점막에 넓게 분포하는 림프관망이라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 림프관망과 연결된 목 림프관을 발견하고, 이를 수축·이완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IBS 혈관 연구단은 2019년 뇌 후방부위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되고,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뇌의 앞쪽과 중간 부위 뇌척수액 배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의 앞쪽과 중간 부위 뇌척수액이 비인두 점막 림프관망에 모인 뒤 목 림프관을 지나 목 림프절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배출됨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하여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다. 비인두에서 발견된 림프관들이 서로 정교하게 연결된 림프관망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뇌의 안쪽과 바깥쪽 림프관을 연결하여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노화된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은 심하게 변형되어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노화된 생쥐에서 목 림프관에는 큰 변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목 림프관은 둥근 평활근 세포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판막들이 분포되어 있어 뇌척수액이 뇌 안에서 밖으로 잘 흐르도록 되어 있었다.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 조절 약물로 목 림프관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때 뇌척수액의 배출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뇌 외부에서 뇌척수액의 배출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에 1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고규영 단장은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진희(왼쪽부터) 선임연구원,진호경 학생연구원, 고규영연구단장 (사진제공=IBS)
윤진희(왼쪽부터) 선임연구원,진호경 학생연구원, 고규영연구단장 (사진제공=IBS)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