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11 17:00

사티아 나델라 MS CEO, 제로원과 국내 스타트업 2곳 콕 찍어 '방문'
샤피로 CTA 회장, 키노트서 한국 위상 '칭송'…HD현대 높게 평가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부스를 찾은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MS CEO. (사진제공=모빈)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부스를 찾은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MS CEO. (사진제공=모빈)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CES 2024' 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재 플랫폼 '제로원' 부스와 한국 스타트업 2곳을 방문했다. 또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키노트'를 통해 HD현대를 칭찬하는 등 한국 업체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현대차의 제로원 부스를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나델라는 현대차의 사내 스타트업 출신인 독립기업 '모빈'이 제작한 '라스트마일' 배송로봇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 부스를 방문했다. 

◆MS CEO 나델라, 국내 업체에 감탄 연발

나델라는 "모빈이 만든 배달로봇 기술을 다른 로봇에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와 "배달로봇을 활용하는 데 물리적인 장애물들이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지와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질문했다. 

최진 모빈 대표는 나델라에게 현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리조트와 아파트 단지에서 서비스 활용법, 배달 외 다른 분야에서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나델라는 모빌 측의 설명을 들으며 계속 "멋지다(very cool)"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최 대표는 "CES가 오픈하기 전날, MS 관계자들이 찾아와 나델라 CEO가 방문할 예정이니 전시품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나델라는 현장에 가져온 배달로봇 M3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실제 로봇이 시연하는 장면 등을 지켜보고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S 외에도 많은 해외 기업들이 언제부터 해외서 서비스가 되는지 질문해왔다"며 "해외 시장에 모빈을 알릴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MS CEO가 음향 기술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부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가우디오랩)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MS CEO가 음향 기술 스타트업 가우디오랩의 부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가우디오랩)

나델라는 이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운영하는 통합한국관에 전시 부스를 꾸민 장애인보조기기 전문업체 '만드로'와 AI 오디오 전문기업 '가우디오랩' 전시장을 방문했다. 

나델라는 이상호 만드로 대표와 이국진 가우디오랩 부사장으로부터 2분씩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설명을 들으며 '놀랍다', '매우 멋지다' 등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델라의 스타트업 2곳 깜짝 방문은 MS 실무진에 의해 먼저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실무진은 먼저 한국관을 둘러봤으며 MS와 협업하거나 같이 사업을 하면 시너지를 낼 기업을 골라냈다. 유수프 메흐디 MS 부사장 겸 소비자최고마케팅책임자(CMO)도 이들 스타트업을 방문해 제품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만드로는 이번 CES에 로봇 손가락 의수인 '마크 7D'를 출품해 '노인 및 접근성' 부문에서 대상으로 꼽히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상호 대표는 "나델라 CEO가 우리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고 싶어 했다"며 "제품에 대한 시연도 진행했는데, 나델라는 마크 7D를 손 절단 장애인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척 흥미로워했다"고 설명했다. 

마크 7D는 손 전체가 아닌 손가락 한두 개만 잃은 사람이나 손 절단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 전자 의수는 손바닥 쪽에 모터가 장착돼 부분 손 절단 장애인은 사용이 어려운 데 이 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특히 마크 7D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해외 제품의 경우, 로봇 손가락 하나만 1000만원이 넘게 들고 의수 전체를 맞추는 데 4000만~6000만원의 큰 비용이 든다. 반면, 마크 7D는 자체 기술과 부품 국산화로 로봇 손가락 하나당 50만원 수준으로 책정해 파격적이다. 

나델라가 두 번째로 찾은 가우디오랩은 실시간으로 소음을 제거하는 AI 음원 분리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이번 CES에서 '웹3 메타버스 기술' 혁신상을 받았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화상 미팅을 하거나 노래에서 가수의 목소리만 분리해 낼 때 콘텐츠의 잡음을 없애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우디오랩의 '폴리(FALL-E)'는 콘텐츠 장면에 맞춰 그에 맞는 소리를 자동 생성해준다. 나델라는 이 같은 생성형 소리 AI인 '폴리'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폴리는 영화 후반 작업 때 목소리 및 음악을 제외한 모든 소리를 진짜처럼 재창조하는 아티스트를 뜻한다. 

가우디오랩 관계자는 "폴리는 약 1만 시간 이상 고품질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나델리는 특히 폴리가 MS의 이미지 생성 AI인 '달리(Dall-E)'와 운율이 맞는다며 무척 즐거워했다. 

CES 2024 개막 둘째 날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HD현대 기조연설에서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이 정기선 부회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CES 2024 개막 둘째 날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HD현대 기조연설에서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이 정기선 부회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샤피로 회장 "CES 화두는 AI와 한국" 

CES의 주최사인 미국 소비자협회(CTA)의 개리 샤피로 회장이 "CES 2024의 화두는 AI와 한국"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CES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다. 글로벌 혁신을 경쟁하는 전시장인 CES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만하다. 

CES 2024 개막 둘째 날, 키노트 무대에 오른 개리 샤피로 회장은 HD현대를 기조연설에 초대하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고 언급했다. 

샤피로는 이날 우선 "우리는 CES에서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의 엄청난 성장을 보고 있다. 육지, 공중, 바다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샤피로는 “HD현대는 세계 최대의 조선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혁신적인 선박을 제조하며, 해양 물류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화학·로보틱스·건설 장비 등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첨단 자율주행 솔루션을 적용한 대형 장비를 통해 기술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으며 동시에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지원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기선 부회장이 이뤄온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샤피로는 "HD현대 CEO를 겸하고 있는 정기선 부회장은 새로운 분야의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금융, 건설, 발전 설비를 포함해 주요 사업 분야에서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수소와 AI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 부회장의 정책은 미래 세대, 지구촌을 보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에 투자하는 HD현대의 약속을 대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이 더해진 HD현대의 사이트(Xite) 혁신은 건설 현장과 장비의 개선을 넘어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

◆재계 총수들, 'CES 품앗이 투어' 발걸음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은 기조연설을 통해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최 측인 샤피로 회장도 "AI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CE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헀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전날인 9일 개최된 기조연설을 통해 AI의 발전 속도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며 "AI의 발전 속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며 "그 속도는 무어의 법칙이 탄생하던 초창기 PC에 버금간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시대를 맞아 '엣지 디바이스'가 큰 역할을 할 것인데, 엣지 디바이스는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문제 해결을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평가했다. 엣지 디바이스를 통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사용 중인 디바이스의 화면을 직접 보면서 문제 해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겔싱어는 "AI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치인들은 느리게 움직인다"며 "AI에 대한 규제가 빠른 시간 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AI와 관련된 소송이 법원에 제기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AI 규제에 대한 해답과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통 공룡인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도 기조연설에서 쇼핑을 도와주는 생성형 AI 챗봇에 대해 소개했다. 월마트의 AI 챗봇은 MS의 애저 오픈 AI 등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통해 구축된 것이다. 

이와 함께 10일(현지시간) 국내 재벌가 총수들은 CES 현장을 돌았는데 서로 경쟁사의 전시관을 방문하는 '품앗이 부스 투어'를 진행해 시선을 모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은 이날도 CES 현장을 돌았다. 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등도 CES 부스를 방문 중이다. 

'롯데 3세'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이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아 25분이나 머물며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등 솔루션을 둘러봤다.

고두영 롯데정보통신 대표, 자회사인 칼리버스 김동규 대표, 이브이시스 오영식 대표가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에 매우 집중했다.  

신 실장은 지난해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올해 CES에서 국내외 주요 기업 인사와 공식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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