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1.11 16:04
홍지호(왼쪽)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뉴스1)
홍지호(왼쪽)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소비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SK케미칼·애경산업 대표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은 3년 만에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은 11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1심을 파기하고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을 선고하기 직전까지 사건의 법리부터 양형까지, 각 피해자와 피고인이 주장하는 개별 사정에 대해 여러 고민을 했다"며 "재판부의 결론에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주의의무 위반 과실은 재판부가 굉장히 무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상고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SK·애경·이마트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업무상과실치사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이들에게 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SK·애경·이마트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가 2002~2011년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환경부는 2011년 11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접수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5667명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했다.

홍 전 대표는 2002~2011년 동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 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출시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1심 재판부는 가습기 메이트 등에 사용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 혹은 천식을 유발했거나 악화시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죄가 확정된 옥시 등의 가습기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CMIT·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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