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1.12 18:01
쿠팡 물류트럭 모습. (사진제공=쿠팡)
쿠팡 물류트럭 모습. (사진제공=쿠팡)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쿠팡이 LG생활건강과 4년 9개월간의 갈등을 끝내고 다시 손 잡았다.

쿠팡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을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거래 재개는 LG생활건강의 다양한 뷰티 브랜드로 이어진다. 오휘, 숨37, 더후 등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로켓럭셔리’를 통해 빠른배송으로 제공한다.

앞서 양사 갈등은 2019년 6월 LG생활건강이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LG생활건강 측은 쿠팡이 유통사라는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압박, 특별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반품 처리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하자 쿠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었다는 설명이다.

이후 공정위는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며 쿠팡에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 측이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난 2021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쿠팡이 행정소송에 나섰다. 

쿠팡과 갈등을 겪은 기업이 또 있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이른바 ‘햇반 전쟁’으로 불리는 제품 납품단가 협의 갈등을 겪어 전 제품에 대한 거래를 끊었다. 갈등이 장기화되자 CJ제일제당은 신세계 그룹을 중심으로 네이버, 11번가까지 ‘탈쿠팡 연대’ 세력을 키워나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CJ제일제당은 자사몰에 익일 배송제도 ‘내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 사실상 쿠팡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제조사인 CJ제일제당이 직접 익일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탈쿠팡’을 하게 된 만큼, 홀로서기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LG생활건강과 쿠팡이 다시 손을 잡으면서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CJ제일제당까지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변한 것 없이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라며 선을 그었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주제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익스프레스)

높은 시장점유율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CJ제일제당 햇반과 LG생활건강 코카콜라 등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쿠팡에도 손해였다. 그럼에도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을 취해온 쿠팡이 돌연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공습’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초저가’를 무기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공략하자 쿠팡의 저가 전략이 다소 퇴색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상품 금액과 무관하게 '무료배송'과 '도착 보장' 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쿠팡의 ‘로켓 배송’ 역시 차별성을 잃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가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면서 쿠팡의 위기감이 커졌다. 결국 '알리'가 5년 묵은 갈등을 푼 계기가 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오픈하며 뷰티사업 강화에 나선 쿠팡은 LG생활건강의 제품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거래 재개로 쿠팡은 LG생활건강의 오휘, 숨37, 더후 등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품목을 새로 포함해 판매한다. 기존 CNP제품을 주력으로 삼았지만 한발 나아가 제품 다양성까지 확보하는 셈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뷰티·생활용품·음료 분야에서 방대한 LG생활건강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