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영은 기자
  • 입력 2024.01.12 18:12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뉴스웍스=조영은 기자]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등 문화예술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장에는 영화 '기생충' 등으로 이선균과 호흡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 등이 참석했다.

김의성은 당시 경찰 조사 경위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하면서 "19시간 진행된 세 번째 조사에서 고인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한 진위 요청만 남긴 채 스스로 삶에 마침표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며 "2개월 간 가혹한 인격살인이 일어난 가운데 이번 성명서 발표만이 우리가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한 최소한 도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마약 음성 판정을 받은 뒤 KBS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됐는데, 어떤 경위로 이것이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인의 경찰 출석 정보를 공개해 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게 적법한지 명확히 밝혀 달라"며 "그래야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종신은 "고인에 대한 보도들이 공익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 보도를 한 건 아닌가"라며 "사적 대화에 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 명예를 걸고 알권리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 또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사이버렉카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매체 '오마이뉴스'에 서면 답변을 보내며 "11월 24일 '고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들의 성명서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 명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 성명서는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10월부터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고의 투약 의도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3차 조사를 마친 다음날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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