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17 16:26

KBO 리그, 일반화질 무료…고화질 유료 서비스 점쳐져
티빙, 네이버 등에 중계권 재판매할 수도

지난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이환주(가운데) KB라이프생명 사장이 시구자로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KB라이프생명)
지난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이환주(가운데) KB라이프생명 사장이 시구자로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KB라이프생명)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쿠팡플레이가 K리그 독점 중계로 이용자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본 데 이어,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중계권을 사실상 따내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에 스포츠 바람이 일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를 발판으로 국내 시장에서 1위를 둘러싼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티빙은 최근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경쟁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독점 중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티빙은 국내 OTT 중 MAU(월간활성이용자) 1위였지만, 최근 K리그 등 스포츠 독점 중계에 본격 나선 쿠팡플레이에 밀리며 2위로 한발짝 물러섰다. 이번 KBO 리그 중계권 확보는 1위 탈환을 위한 티빙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쿠팡플레이가 AFC 아시안컵 카타르전 2023을 중계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가 AFC 아시안컵 카타르전 2023을 중계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티빙, 야구 중계 성사되면 MOU 1위 탈환 유력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K리그, 라리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데 이어, 오는 3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를 독점 중계할 계획이다. 쿠팡플레이는 많은 회원이 이미 가입해 있는 쿠팡의 유료 회원이기만 하면 추가 비용 없이 경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초 MAU에서 웨이브를 제쳤으며, 8월에는 티빙을 누르고 토종 OTT 1위 자리에 올랐다. 쿠팡플레이의 지난해 11월 기준 MAU는 508만명으로 넷플릭스(1141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티빙은 494만명, 웨이브는 399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티빙은 이번에 KBO 리그 중계권 확보로 쿠팡플레이에 빼앗긴 1위 자리를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만일 웨이브와 합병까지 성사된다면 1위 사업자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 측은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해 KBO를 흥행시키고 야구팬들의 만족을 이끄는 신개념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구단별 채널 운영, 멀티뷰 분할 등 새 방식을 적용하고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할 부가 콘텐츠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세부적 운영 계획은 미정이다. 티빙 관계자는 "KBO 리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황일 뿐,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과 유료화 여부 등은 결정하지 못했다"며 "향후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빙은 매년 400억원씩 3년간 총 1200억원을 지불하는 조건을 내걸어 낙찰에 성공했다. 이는 네이버·다음·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연간 220억원을 제시했던 것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연 300억원대를 적어낸 것과 비교할 때도 격차가 크다.

하지만, 티빙은 2022년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지난해 역시 1~3분기 누적 1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이 이번에 KBO 리그 중계권을 원만하게 따낸다면 축구에 집중한 쿠팡플레이와 다른 영역인 만큼, 중복 없이 이용자 순증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티빙이 MAU 국내 1위 자리를 재탈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토종 OTT 티빙이 온라인에서 야구 중계를 독점 중계할 전망이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야구 중계가 유료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토종 OTT 티빙이 온라인에서 야구 중계를 독점 중계할 전망이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야구 중계가 유료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쉽지 않은 유료화…'수익성'과 '시청권' 힘겨루기

시장의 관심은 유료화 여부다. 이는 티빙에는 수익성 재고로 작용하겠지만, 이용자 순증에는 하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티빙이 야구 리그를 온라인에서 독점 중계한다면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은 물론, 기존 가입자의 '록인(Lock-in)' 효과까지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야구 중계를 무료로 시청해 온 야구팬들은 티빙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의 인기는 '보편적 시청권'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중계가 유료화되면 프로야구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초 프로야구 중계를 통해 유료 회원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을 꾀한 한 티빙 역시 '무료 중계'를 원하는 이용자 거센 요구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재 KBO는 무료 시청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티빙은 중계권 확보를 위해 1000억원 넘는 돈을 투입하는 만큼,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티빙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화질과 광고 유무에 따른 '차등 유료화'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행 방송법 제2조 제25항에 따르면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 관심 행사를 시청할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 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고시해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가 보편적 시청권에 들어갈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프로축구는 이미 유료화가 된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요금제를 따로 만들거나 패키지 요금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티빙 구독자는 KBO 리그를 무료로 시청하되, 유료 가입자가 아닌 회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 채널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티빙은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도 있다. 네이버 등 기존 중계 플랫폼들은 프로야구 중계를 이어가기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네이버 컨소시엄을 통해 경기를 본 시청자 수는 누적 8만명이다. 또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 조회수도 70억회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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