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15 12:14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매장에서 안내 직원이 고객에게 제주 당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매장에서 안내 직원이 고객에게 제주 당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풍년의 역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주도 당근 농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제주산 당근을 대량 매입하면서 수요·공급 안정화를 돕고 소비 촉진에도 나선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부터 ‘제주 왕 당근’ 200톤을 매입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매입 규모는 현대그린푸드의 월 평균 당근 사용량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다. 향후 그룹 주요 계열사의 유통 역량을 동원해 당근 소비 촉진에 나설 계획이다. 매입 당근은 유기물 함량이 높은 제주도 구좌읍 화산회토에서 수확해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안정적인 식자재 수급을 위해 국내산과 수입산 당근을 병행 사용해왔다”며 “향후 3개월간 수입산 비중을 대폭 낮추고 제주산 당근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주산 당근의 대량 매입은 지난해 제주도 당근 생산량이 예측치를 뛰어넘는 풍년의 역설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형 태풍들이 모두 제주도를 지나치면서 제주산 당근 작황이 크게 좋아지는 등, 수확량이 재작년보다 85%가량 급증했다. 연간 소비량이 일정한 당근은 생산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농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의 주력 사업인 단체급식 분야에서 당근 사용을 늘려갈 계획이다. 당근을 활용한 ‘당근라페 두부면 월남쌈’, ‘당근퓨레를 곁들인 오리스테이크’, ‘당근 뢰스티(스위스식 전 요리)’ 등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안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많은 고객사에서 제주 농가 지원 취지에 공감하며 당근을 활용한 메뉴 확대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있다”며 “고객 취향을 고려해 당근 맛이 강하게 나지 않는 ‘당근 정과’ 등 디저트 메뉴도 추가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 중인 식음료 브랜드를 통해서도 소비 확대에 나선다. 오는 18일부터 베이커리 브랜드 ‘베즐리(VEZZLY)’는 ‘제주 당근 케이크’를 오는 3월까지 한정 판매한다. 덴마크 착즙주스 브랜드 ‘조앤더주스(JOE & THE JUICE)’도 당근과 레몬, 사과를 갈아 만든 ‘고어웨이닥’을 오는 15일부터 판매한다. 기존 인기 메뉴인 ‘베지포커스’에 사용되는 당근도 제주산으로 대체해 제공한다.

현대그린푸드 농산물 바이어와 구좌농협유통센터 직원이 제주도 구좌읍 당근농가에서 당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린푸드 농산물 바이어들과 구좌농협유통센터 직원이 제주도 구좌읍 당근농가에서 당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그룹 계열사의 유통망도 적극 활용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8일까지 경인·충청 지역 12개 점포 식품관에서 ‘농가돕기 당근 상생 특가전’을 열고 제주 왕 당근을 할인 판매한다. 가격은 세척당근(4입) 기준 2500원, 흙당근(10kg) 기준 2만원으로 지난해 1월 평균 당근 판매가보다 55% 이상 저렴하다. 백화점 우수고객용 라운지에서도 제주산 당근 디저트 제공을 검토한다. 

이 밖에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채널 ‘쇼라’를 통해 ‘제주 당근 산지라이브’ 진행을 검토 중이다. 토탈 복지 솔루션기업 현대이지웰은 2500여 고객사 약 300만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당근 할인 기획전’을 연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2014년부터 농가와의 상생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해 양파 가격이 폭락하자 과잉 생산된 양파 800톤을 전량 매입해 대만에 수출했다. 2019년 이상 고온으로 전남 무안의 양파와 충남 서산의 감자 가격이 폭락하자, 전국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양파·감자 무제한 담기’ 행사를 진행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화천 산천어 축제’가 취소되자 2.4톤의 산천어를 매입해 강원도 화천 지역 경제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당근 매입을 통해 제주 당근 농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고객들에게는 고품질 당근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식자재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상생활동을 지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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