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1.22 13:52

작년 12월 대법원 판결 근거…노동계 "하루 21.5시간 일해도 연장근로 아닐수도"

(자료제공=고용노동부)
(자료제공=고용노동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장근로 한도 위반(제53조 제1항) 여부는 1일이 아닌 1주 총 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2020도15393)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노사,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법의 최종 판단 및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40시간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 주당 총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다만 12시간 초과 근무를 두고, 하루 8시간 이후 근무를 더한 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아야 된다는 해석과 주 40시간 이후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해석이 엇갈렸다.

지난달 7일 대법원은 연장근로시간 위반 여부 판단 시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가 아닌,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간 행정해석으로만 규율됐던 연장근로시간 한도 계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에 고용부는 관련 행정해석을 '1주 총 근로시간 중 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이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변경했다. 변경 전에는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해석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다만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고용부는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 모두 근로시간 법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계는 곧바로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용부의 변경된 기준을 요약하면 '하루에 몇시간을 일하더라도 주당 최대 노동시간에만 미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하루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일 하더라도 주당 최대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연장노동 한도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기준에 의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최대 21.5시간을 일하고도 연장노동를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간의 최대를 규제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정부와 법원이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를 핑계대기 위해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생활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반 인권적인 행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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