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25 18:48

LG엔솔, '어닝쇼크' 잠정 실적…질적 성장 기회로
SK온, '흑자 전환' 쉽지 않을 듯…적자 지속 우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수요 둔화로 지난해 4분기 배터리 업계에 혹독한 한파가 몰아쳤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유지했던 국내 배터리 3사는 4분기 수요 둔화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등으로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일 잠정 실적을 통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영업이익 하락이 예상되며, SK온은 분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3사, 일제히 시장 기대 못 미칠 듯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줄었고 영업이익은 4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4분기 컨센서스(매출 8조4593억원, 영업이익 5877억원)과 비교할 때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42.5% 각각 하회했다. 직전 분기 실적과 비교할 때도 매출은 2.7% 줄었고, 영업이익은 53.7%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 중 2501억원이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따르면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881억원으로 급감한다. 특히 영업이익률의 경우, 전년 동기 2.8%에 크게 못 미치는 1.1%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V용 원통형 전지와 중대형 전지가 수요 둔화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원통형의 경우, 주요 고객사가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감소했고, 중대형 전지는 유럽의 가동률 부진과 ASP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영업이익 하락이 전망된다. 

이날까지 집계된 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5조9785억원, 영업이익 4541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0.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48% 줄어든 실적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업황 대비 선방이 예상된 EV용 중대형 배터리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전망"이라며 "리튬 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양극재 가격 하락으로 ASP가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흑자 전환'을 목표했던 SK온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 10일 'CES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자동차 시장 자체가 썩 좋지 않다"며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K온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3000억원, 영업손실 1981억원이다. SK온은 지난해 IRA에 따른 AMPC로 2300억원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수요 감소에 발목을 잡히며 흑자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SK온의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은 작다"며 “SK온의 주력 고객사가 연간 판매 가능 예상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수요 부진 경고 신호를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전기차 성장 둔화에 핵심 광물 통제까지…'산 넘어 산'

배터리 업체의 실적 하락은 전기차 성장률 둔화가 원인이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0년에는 44.4%에서 2021년 111.2%로 고성장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꺾이며 2022년 60.0%에 이어 지난해에는 31.5%로 둔화하는 흐름이다.

시장 성장이 더뎌지자 지난해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초 독일에서 '아토3' 등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했다. 테슬라도 최근 독일에서 주요 차종인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 가격을 각각 9%, 8.1% 인하했다. 현대차도 이달 미국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일부 차종에 구매 고객에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까지 겹친 것은 배터리 업체에 악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에 더해 배터리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을 새롭게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천연흑연 수출량은 3973톤으로 수출 통제 직전인 11월 대비 91%가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고체 및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서둘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질적 성장 기회를 확보할 계획이다. 고전압 미드니켈, LFP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며 제품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주 임직원 대상 사내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 시장 둔화는 수요 하락이 아닌 '일시적인 딜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기에 질적 성장을 위한 실행력을 키워야 한다"며 "2~3년, 길게는 5년 이후 명확한 가시성을 갖춰 우리 사업에 실질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삼성SDI는 올해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해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또 저가 배터리인 LFP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서며 3개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SK온은 또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인 솔리드파워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었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