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27 08:00

증권가 '갤럭시 S24' 판매 호조 1위 탈환
초반 흥행에 그칠 것…'램 용량 부족' 지적

지난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이 '갤럭시 S24'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에서 현지 미디어 관계자들이 '갤럭시 S24'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선보인 인공지능(AI)폰 '갤럭시 S24'의 사전예약 판매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호조를 보임에 따라, 삼성전자와 애플의 올해 스마트폰 1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애플에 내어주며 시장 2위로 밀려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AI폰'인 갤럭시 S24를 앞세워 1위 재탈환을 노린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갤럭시 AI의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 덕에 갤럭시 S24는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애플은 아직 AI폰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기존 모델인 '아이폰15'는 중국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처음 기록하는 등 판매 호조가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15 판매가 부진해지자 이례적으로 6~8%의 할인 판매에 나섰고 전략은 주효했다. 

관련 업계는 애플도 올해 말 출시할 '아이폰16'에 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1년 먼저 잡은 셈이다.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관람객이 '갤럭시 S24' 시리즈로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2024'에서 관람객이 '갤럭시 S24' 시리즈로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증권가 "삼성이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1위 탈환할 것"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AI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AI폰 출하 성장률은 83%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3.3%를 25배 뛰어넘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AI폰은 오는 2027년 출하량 5억2000만대로 보급률이 4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폰의 최대 수혜자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올해 생성형 AI폰의 점유율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8% 수준이며, 향후 2년간 삼성전자가 이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갤럭시 S24는 판매 초기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갤럭시 S24는 지난 19일부터 1주일간 진행한 국내 사전 판매에 121만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전예약 판매량으로, 전작보다 10%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 19일 삼성닷컴에서 실시한 라이브방송 판매에서는 90분 만에 2만여 대가 팔려나갔다.

북미에서는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 S23보다 사전예약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현지에서 사전예약 판매가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 전작보다 30% 이상 더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도 사전예약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21일 기준 25만대를 넘으며 갤럭시 S23의 기록을 껑충 뛰어넘었다. 그간 인도는 샤오미·오포 등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였던 시장이다.

벌써부터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1위 탈환을 거론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갤럭시 S24 사전예약 판매량은 전작 대비 10~30%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30%를, 국내에서는 S 시리즈 사상 최대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분기 갤럭시 S24의 예상 판매량은 전작 대비 66% 증가한 1200만대다. 이는 2016년 '갤럭시 S7' 출시 이후 8년 만의 최대 판매량"이라며 "지난해 점유율 1위를 놓친 삼성전자의 1위 복귀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갤럭시 S24 울트라'의 삼성닷컴 단독 색상인 티타늄 오렌지.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 S24 울트라'의 삼성닷컴 단독 색상인 티타늄 오렌지. (사진제공=삼성전자)

◆반짝 흥행? 부정론도…삼성 "AI 앱보다 빠르고 편해" 반박

갤럭시 S24가 반짝 초기 흥행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일부 해외 IT정보 매체들은 갤럭시 S24의 AI 기능에 새로운 것이 없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씨넷은 "(갤럭시 S24의) AI 기능 중 상당수가 이미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특정 작업을 더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지만, 압도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 역시 "갤럭시 S24의 통·번역 기능들은 SK텔레콤의 '에이닷'에서도 가능한 기능이다. 또한 사진 관련 AI 기능은 기존에 나온 앱에서 이미 구현된 바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 S24가 아니라도 이미 사용할 수 있어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AI'의 장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지적이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앱을 설치하고 일일이 AI 앱을 구동해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갤럭시 S24의 많은 기능은 클라우드 접속 없이 곧바로 구동된다. 이는 AI 앱을 이용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했다.

램 용량이 전작과 동일한 8GB에 불과해 온디바이스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램 용량 부족으로 온디바이스 처리는 제한적일 것이며, 결국 클라우드 접속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원가절감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미즈호증권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폰은 이미지 생성에 12GB 램, AI 비서 기능에는 20GB 램이 각각 필요한데 갤럭시 S24의 용량은 8GB에 불과하다”며 "또한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된 킬러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애플 마니아들은 올해 하반기 AI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6'이 나오면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16에 어느 정도 수준의 AI 기능을 탑재할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개방형 기술체제인 삼성전자와 폐쇄형 기술체제인 애플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기술을 적극 채택 및 협력해 도입하지만, 애플은 통상 새로운 기능의 경우 자체 개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때문에 애플이 AI폰에 대응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