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1.30 15:30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차세대 배터리 4680 탑재 주목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제공=LG엔솔)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사진제공=LG엔솔)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배터리 업체들이 상용화 잠재력이 높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2026년까지 46시리즈 배터리 상용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성능을 대폭 향상하기 위해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원통형 배터리의 지름을 21㎜에서 46㎜로 키운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21㎜ 제품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됐다. 46시리즈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한다. 모듈의 에너지밀도는 520Wh/L에 달하고 열 확산 방지 기술이 적용되며 급속 충전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46시리즈 배터리는 테슬라,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채택한 규격이어서 시장성도 높다.

'2020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4680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테슬라 공식 유튜브)
'2020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4680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테슬라 공식 유튜브)

◆테슬라가 촉발한 46시리즈…주행 거리 20% 늘어나 

수년 전만 해도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졌다. 제조원가 자체는 낮지만, 둥근 형상 때문에 불용 공간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원통형 배터리에 대해 인식을 바꾼 것은 바로 테슬라다. 전기차 대표 업체인 테슬라는 2020년 9월 기존의 원통형 배터리 2170보다 크기와 용량을 크게 확대한 4680 배터리 제원을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규격에 비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최대 20%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680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량 생산은 기가텍사스 공장에서 이뤄진다. 테슬라는 전기 SUV인 '사이버트럭'에 4680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수율 문제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테슬라에 이어 BMW도 내년 출시할 전기차에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는 테슬라와 BMW에 이어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46㎜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이름을 4680이 아닌 46시리즈 또는 46파이(Φ)로 부르는 것은 테슬라가 고안한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 규격인데 반해, 일부 배터리 업체들은 지름을 46㎜로 확정했지만 80㎜의 높이가 아닌 다른 규격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양산 서두르는 K배터리…LG엔솔, 올 하반기 양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본격적인 46시리즈 배터리 수요 폭발을 예상하고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4680 배터리 양산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노인학 LG에너지솔루션 소형전지 담당은 26일 4분기 실적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올해 하반기 4680 양산을 순조롭게 준비 중"이라며 "원통형 수요 저변을 확고히 하려 하는데, 타 글로벌 OEM 업체들의 원통형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올 한해 연간 물량은 전년 대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2179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던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단독 공장을 4680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애리조나주에 총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 중 4조2000억원은 2170 원통형 배터리 단독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수정해 4680 생산공장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증설 생산능력(CAPA)도 기존 27GWh에서 36GWh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미국 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스타트업과 무선 전동공구 등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22년 6월에는 월 국내 오창 2공장에 5818억원을 투자해 9GWh 규모의 4680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46시리즈는 니켈 90% 이상의 NCMA 4원계 양극재를 사용해 에너지 용량을 올려준다"면서 "4680이 출시되면 탭리스(Tabless)를 통한 셀(Cell) 구조 혁신으로 에너지 효율을 올리며 원가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1865 대비 8배, 2170 대비 5배 높아지는 에너지 용량과 셀 구조 혁신을 통한 원가 경쟁력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많은 고객이 제품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에너지 플랜트를 마더 공장으로 활용, 해외 거점 진출 전 제품 완성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올해 하반기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SDI 기흥사업장.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 기흥사업장. (사진제공=삼성SDI)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에 '46파이 라인 셋업을 완료하고 현재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4분기에 고객에게 샘플을 공급했고 오는 2026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율 개선은 물론, 영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30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형 원통형전지 수익은 그동안 전동공구 시장이 견인했지만, 전기차 등 사용처가 다변화하고 있다"면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전기차용 46파이 배터리의 경우 전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개발 중인 차세대 원통형 베터리는 직경은 46㎜지만 높이는 95㎜와 120㎜ 두 가지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95㎜ 배터리는 BMW의 세단에, 120㎜ 배터리는 SUV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팩 용량은 모델별로 75~150kWh다.

삼성SDI 측은 "현재 복수의 완성차 업체와 해당 배터리 채택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한 상황이다. 

최재원 SK온 수석 부회장은 이달 초 CES 2024 간담회에서 "원통형 배터리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다"며 "고객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 달라 3개 폼팩터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업계는 SK온이 개발 중인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와 동일한 4680 규격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출처=파나소닉 홈페이지)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출처=파나소닉 홈페이지)

한편 일본 배터리 업체들도 46시리즈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일 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와 오랜 기간 동안 배터리 분야 파트너십을 다져온 일본 파나소닉은 현재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해 북미 지역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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