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4.02.01 09:48
중국 오성홍기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중국 오성홍기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반도체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지금의 독자 수출통제를 다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7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입장에서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가 동맹국보다 복잡하고 포괄적이라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SIA는 "미국 기업들은 수출통제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품목이라도 첨단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면 중국에 일체 수출할 수 없고,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지원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 한국, 대만, 이스라엘, 네덜란드의 외국 경쟁사들은 품목별 수출통제(list-based control) 대상이 아닌 장비를 중국의 첨단 반도체공장에 수출할 수 있고 그런 장비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IA는 "미국의 독자적인 수출통제 덕분에 외국 경쟁사들(non-US competitors)이 버는 모든 달러가 경쟁사의 연구개발에 투자돼 궁극적으로 미국 반도체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IA는 해법으로 미국 정부가 동맹국들도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다른 반도체장비 생산국들이 같은 품목을 통제하고 같은 허가 절차를 두는 다자 수출통제를 제안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구상과도 비슷하다. 수출통제를 총괄하는 엘렌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달 12일 한국 전략물자관리원이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첨단기술이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동맹과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한국에 대(對)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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