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2.01 15:50

경찰 부상과 차량·무전기 손상에 대한 손배 책임 인정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8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진 쌍용자동차 국가손배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지난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상대로 정부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15년 만에 종결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가가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파업 참가 노동자 36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판결에 따라 노조 측은 국가에 1억66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당초 1·2심에서 10억원이 넘는 배상 판결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5월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헬기로 노동자들이 있던 공장 옥상에 유독성 최루액을 대량 투하하며 진압했다. 공장 옥상으로부터 30~100m 높이의 낮은 고도로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헬기 운행 때 발생하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헬기와 기중기가 일부 손상되자 국가는 손해를 물어내라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지연이자까지 포함하면 노동자들이 물어내야 할 돈은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2022년 11월 대법원은 저공 헬기 진압 등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은 "국가가 진압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기중기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진압 작전 중 기중기가 손상된 것은 국가 스스로가 감수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바뀐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 부상, 차량과 무전기 손상에 대한 손배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파기환송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작년 8월 노조 측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1억6600여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정부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소송을 받는 동안) 살아 있어도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었고, 삶을 저당 잡혀 시한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쌍용차 노동자들이 손배 청구로 겪어야 했던 아픔이 이 땅 노동자들에게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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