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2.01 19:00
힌스의 세컨 스킨 메쉬 매트 쿠션. (사진제공=LG생활건강)
힌스의 세컨 스킨 메쉬 매트 쿠션. (사진제공=LG생활건강)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쌍두마차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다.

양사 모두 해외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고전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사는 해외 진출국 다변화를 꾀하면서 ‘색조’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판매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잠정실적 매출 6조8048억원, 영업이익 48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5.3%, 31.5% 줄어든 실적이다.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매출 4조213억원, 영업이익 1520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각각 10.5%, 44.1%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부진한 실적을 두고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의 4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43% 줄어든 1600억원,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21% 감소한 1700억원대로 예상했다. 

양사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중국 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궈차오(애국 소비)’라 불리는 자국 브랜드 선호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마다 화장품 연구개발이 성과를 내면서 품질과 다양성을 확보했다.

중국 ‘C뷰티’가 ‘K뷰티’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로 체급을 키운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의 로컬 브랜드 매출은 2018~2022년까지 약 51%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 헤라가 일본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 열린 헤라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헤라가 일본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 열린 헤라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이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모두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며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기존 스킨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는 대신, 색조 제품을 강화하며 주력 제품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색조 제품은 과거 비주류 제품으로 취급받았지만, 해외에서 ‘K팝’ 확산에 따른 한국식 화장법이 유행하자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 오픈마켓 플랫폼 ‘큐텐재팬’ 뷰티 카테고리의 랭킹 200(뷰티) 부문에서 국내 색조 제품은 13개 브랜드가 상위권을 휩쓸 정도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힌스’ 브랜드의 비바웨이브 회사 지분 7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힌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색조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미국 색조 브랜드 ‘더크렘샵’을 인수했다. 중국 시장을 대신할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색조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진두두’와 ‘진색린’이라는 신규 한자 상표권 2개를 출원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중국 시장에서 색조 브랜드를 덧입어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모레퍼시픽도 색조 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최대 뷰티 플랫폼 아토코스메 도쿄점, 오사카점에 ‘헤라’를 입점시켰고 도쿄의 대형 쇼핑몰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도 색조 화장품 공장 증설에 나서며 트렌드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최신식 스마트 색조 화장품 전용 공장인 평택 2공장을 완공하고 정식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콜마도 지난해 세종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건설하고 색조화장품 연간 생산량을 기존보다 80%가량 늘릴 계획이다.

한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색조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기준 87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7년에는 1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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