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2.06 09:22
김영섭 KT 사장. (사진제공=KT)
김영섭 KT 사장.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CEO)이 KT의 리더로 결정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회사 안팎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에는 꿀을 바르고 배에는 칼을 품는다)이라는 사자성어를 빗댄 평가가 눈길을 끈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4일 KT CEO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 1인으로 확정된 뒤, 지난 6개월간 KT를 이끌며 '통신공룡' KT의 정비 강도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첫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 이상 임원을 98명에서 80명으로, 상무와 부장 사이 직급인 상무보는 312명에서 264명으로 대폭 감축했다. 이어 과거 핵심 전략조직이었던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의 기능과 업무를 쪼개 각각 전략실, 재무실 등으로 내려보내 해체하는 등 전임자 지우기도 본격 진행해왔다. 

자리가 빈 KT 심장부에는 외부인사들이 속속 들어왔다. 우선 검사 출신들이 대거 요직에 발을 들였다. 법무실장에 전직 검사인 이용복 부사장, 감사실장에 전 검사인 추의정 전무,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에 전 검사인 허태원 상무를 각각 영입했다. 

KT 내부는 전임 검사들의 KT 입성에 대해 내부 기강잡기를 위한 사전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 낙하산 논란도 나왔다. 홍보·대외협력(CR)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부문장에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당시 정책홍보단장을 맡았던 임현규 부사장이 합류했다. 임 부사장은 전임 이석채 KT 회장 시절(2009∼2013년)에도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부사장)으로 KT에 재직한 바 있어 KT에서 두 번째 부사장을 맡게 됐다.

김 사장이 KT 본사에 이어 50여 개 계열사 대표들까지 교체하는 과정을 밟으며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최영범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KT스카이라이프 새 대표에 내정됐다.

다만 LG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김 사장이 LG와 경쟁 관계에 있던 KT CEO로 발탁될 수 있던 배경에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견고한 지지가 있었다고 알려진 만큼, 정치권 낙하산 논란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사장의 친형이 이관섭 실장과 절친한 관계라는 얘기가 김 사장의 내정자 시절부터 있어왔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과 관련해 ‘구밀복검’이라는 사자성어 세평이 KT 내외부에서 돌고 있어 김 사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용어는 직접적으로는 김 사장이 취임 직후 내놨던 ‘공제창해'(共濟滄海: 넓고 험한 바다를 함께 건너간다)라는 사자성어에 대응해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LG에서 KT에 첫발을 디디며 앞으로의 KT 경영에 임하는 다짐과 마음가짐을 사자성어로 풀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김 사장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 등 LG그룹 재직 당시 평소 고사성어를 활용해 임직원에게 당부 글을 올리고, 고사성어를 포함한 대화도 자주 나누는 등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다는 사실에 한 기자가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때 김 사장이 내놓은 대답이 ‘공제창해’였고, 이는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설에 위축돼 있던 KT 임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언급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KT 임직원들은 긴장을 풀며 지난 6개월간 김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주시해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이 핵심 경영진 교체에 이어 본격적으로 하부조직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KT 내부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사장이 과거 LG그룹 재직 당시 행적들이 속속 KT 내부에 전해지며 이런 평판이 강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사장은 대학 졸업 후인 1984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뒤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 ▲LG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경영관리부문장 상무 ▲LG CNS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LG CNS 하이테크사업본부 부사장 ▲LG CNS 솔루션사업본부 부사장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 CFO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어 2016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LG CNS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LG그룹에서만 40여 년을 근무했다.

KT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활동했던 LG유플러스와 LG CNS 등은 KT와 동종업종으로 직접적인 경쟁 관계이지만, 실무자들의 정보 교류는 활발한 편”이라며 “김 사장에게 보이는 온화한 미소와 다른 면이 있다는 LG 시절 옛 동료와 직원들의 얘기들이 KT로 알음알음 전달되면서 이런 세평으로 엮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LG그룹 시절의 김 사장 스타일이 KT에서 어떻게 변화돼 표출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평판과 관련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붙여진 ‘기름장어’ 논란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노련하다’는 칭찬의 성격이 담겨 있지만 ‘요리조리 피해 나간다’는 기름장어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당시 반 전 총장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 사장이 이런 평판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관심을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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