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10 06:00

떡국에 과일, 김치, 술 등만 간단히…전 필요없어

설 차례상. (자료제공=한국물가정보)
설 차례상. (자료제공=한국물가정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설날 아침이 밝았다.

조금 있으면 친지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게 된다. 차례는 설, 한식과 같은 절일에 음식과 과일, 술과 차를 올리며 지내는 약식제사다. 지역마다 차례상 차리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거의 같다. 설에는 떡국이 상에 올라간다.

우선 차례상을 차리기 전 병풍을 북쪽을 향해 치고 그 앞에 상을 놓고 지방과 글문 또한 북쪽을 향해 상 위에 놓는다. 그냥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괜찮다.

설 차례상은 총 5열이 기본이다. 병풍에서 가장 가까운 쪽을 1열이고 가장 먼 쪽을 5열이다. 접시는 짝수로 준비하고 생선과 고기 접시는 홀수로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열은 시접(젓가락·수저)과 잔반(술잔·받침대), 떡국을 배치한다. 밥과 국 대신 떡국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2열엔 생선과 육류를 배치한다.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생선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로 놓는다.

3열에는 탕류를 놓는데 일반적으로 서쪽부터 순서대로 육탕, 소탕(두부·채소류탕), 어탕의 차례로 올린다. 이 때 탕의 수는 홀수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4열은 좌포우혜다. 왼쪽 끝에는 포(북어·대구·오징어포 등)를 놓고 오른쪽 끝에는 식혜를 둔다. 포를 비롯해 나물도 함께 두는데 나물의 경우 동쪽에 김치를, 서쪽에 익힌 나물을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 5열은 조율이시로 왼쪽부터 대추·밤·배·곶감 순으로 놓는다. 조율이시가 아닌 과일은 홍동백서로 놓는다. 사과처럼 붉은 색을 띠는 과일은 동쪽에 두고 배와 같이 하얀 색을 띠는 과일은 서쪽에 놓아야 한다. 윗부분만 깎아서 홀수로 올리면 된다.

차례상을 차릴 때 삼치·갈치·꽁치 등 생선 중 '치'가 든 것은 차례상에 쓰지 않는다. 붕어·잉어와 같이 비늘이 있는 생선도 올리지 않는다.

(자료제공=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자료제공=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다만 이렇게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과하기도,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서로 좋자고 모이는 설날에 분란을 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이에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간소화된 상차림 표준안을 내놨다. 간소화된 상차림은 떡국·나물·구이·김치·과일·술 등만 간단히 올리면 된다. 과일은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되고,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조율이시, 홍동백서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몇년 전 화재가 됐던 조선의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의 종가집 차례상 사진에는 떡국과 북어포, 과일 몇개가 남긴 접시, 술이 전부였다. 기리는 마음만 있다면 상차림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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