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2.13 17:03
한미약품 본사 (사진제공=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제공=한미약품)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스스로를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등에 대해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13일 발표했다. 

현재 한미그룹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중심으로 OCI그룹과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고,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임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두 형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이,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에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자신들과 이들이 지정한 4명의 후보자 등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해 달라며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이들을 이사회에 포함할지는 주총에서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두 형제와 그 배우자 및 자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4%이다. 이 지분은 현재 두 형제 측이 계산한 송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인 31.9%보다는 적다. 양측은 지분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중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은 이날 임 사장 등이 스스로를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예상된 수순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임 사장은 선친 별세 후 가족들에게 부과된 5407억원의 상속세 중 가장 적은 금액인 352억원만을 납부했고, 임 사장은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대부분을 본인 사업과 개인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이 그동안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한미약품 경영에는 무관심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임종윤 사장이 인수한 뒤 회사 경영 상황이 좋아졌다는 DX&VX도 사실상 내부거래를 통한 착시 매출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해 왔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창업주 임성기 회장에서 시작된 ‘R&D 중심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경영철학과 한미의 DNA를 지키고, 한국 시장을 넘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법률과 절차에 따라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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