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4.02.14 09:13
'클러치 나노로봇'은 크기가 200㎚로 바이러스 정도에 불과하다. 엔진, 클러치, 로터 등의 기계 장치를 탑재하여 프로펠러의 회전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미지제공=IBS)
'클러치 나노로봇'은 크기가 200㎚로 바이러스 정도에 불과하다. 엔진, 클러치, 로터 등의 기계 장치를 탑재하여 프로펠러의 회전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미지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장 연구팀이 유전자 신호를 감지해 스스로 클러치를 작동하는 200나노미터 크기의 생체 나노로봇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클러치는 기계의 엔진을 구동하는 핵심 요소로, 엔진의 동력을 로터로 전달 혹은 차단하는 장치다. 클러치로 인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기계를 구동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도 향상된다. 놀랍게도 자연계의 박테리아 역시 편모의 운동을 제어하기 위해 생체 클러치를 이용한다고 밝혀진 바 있는데, 그동안 개발된 나노로봇에서는 클러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독창적인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나노로봇에 클러치 장치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적 합성법을 통해 제작된 나노로봇은 다공성 구형 로터 안에 자성 엔진이 있으며, 로터와 엔진은 각각 DNA로 코팅되어 있다. 로터 표면의 구멍을 통해 환경인자가 내부로 유입되어 특정 유전자 신호를 감지하면, 로터와 엔진에 코팅된 DNA 가닥이 서로 결합해 엔진의 힘을 로터로 전달하는 '클러치' 역할을 한다.

DNA 클러치가 작동하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피코 뉴턴(pN)의 힘이 로터로 전달되어 나노로봇이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회전한다. 인체 외부에서 자력을 이용해 무선으로 로봇 제어가 가능하다. 자기장의 방향에 따라 회전력의 발생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나노로봇은 세포와 결합해 생체 신호를 기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질병 인자에 해당하는 특정 마이크로 RNA 유전자가 존재하는 경우, 클러치 나노로봇이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작동해 세포의 유전자 활성화를 유도한다.

DNA 클러치는 20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어 무한대에 가까운(420≈1조 개) 질병 인자를 감지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연구성과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지난 7일 게재됐다. 

천진우 단장은 "정보의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클러치가 구현되었다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머지않아 진단이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나노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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