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17 08:00

삼성·LG·화웨이, 누가 먼저 출시할 지에 '관심'

애플의 XR 헤드셋 '비전 프로'. (출처=애플 홈페이지)
애플의 XR 헤드셋 '비전 프로'. (출처=애플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애플이 출시한 XR(확장현실) 헤드셋인 '비전 프로'가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XR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개화를 앞둔 XR 헤드셋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물론, 소니, 화웨이 등 해외 업체들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며 '비전 프로'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국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XR 헤드셋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의 깜짝 흥행으로 삼성전자가 XR 헤드셋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XR 동맹 기업인 구글-퀄컴과 공동으로 XR 헤드셋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XR 관련 조직 인원을 크게 늘리면서 XR 헤드셋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지난해 XR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XR 기기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제품은 내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 소니는 지멘스와 손잡고 산업용 고화질 XR '헤드마운트'를 CES 2024 개막 하루 전날인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소니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를 올해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의 화웨이도 XR 헤드셋 개발을 서두르며 올해 연말경 200만원대로 비전 프로의 절반 가격인 헤드셋을 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250만원에 팝니다"…'비전 프로' 2~3배 웃돈에 거래

애플 '비전 프로'는 제품을 구할 수 없는 미국 외 지역에서 2~3배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광고 플랫폼 검트리에는 비전 프로를 7500파운드(약 125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는 5000파운드(약 841만원)에 판매하는 광고가 게시됐다. 공식 판매가격인 3500달러(약 466만원)의 2~3배에 달하는 액수다. 비전 프로는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된 사전 판매에서만 2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e커머스 몰인 라자다에는 8500싱가포르달러(약 841만원)에 비전 프로가 올라왔고, 중국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서는 3만6000위안(약 664만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 마켓플레이스인 메루카리에서는 비전 프로가 80만엔(약 71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는 애플이 출시 첫해인 올해 약 35만대의 비전 프로를 출시하고, 2년 차에는 비전 프로 출하량이 15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의 전문가용 XR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출처=소니 홈페이지)
소니의 전문가용 XR 헤드셋 및 전용 컨트롤러. (출처=소니 홈페이지)

◆소니와 화웨이가 준비 중인 XR 헤드셋은 

CES에서 소니가 공개한 전문가용 XR 헤드셋은 1.3형 4K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XR용 칩인 스냅드래곤 XR 2+2세대와 총 6대의 카메라, 센서를 탑재했다. 오른손에 '포인팅 컨트롤러'를 장착하면 정확한 포인팅도 가능해진다. 

켄이치로 요시다 소니 코리아 최고경영자(CEO)는 "주로 3D를 다루는 전문가를 위해 만들어졌다"며 "패스스루 기능을 통해 보이는 현실 공간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겹쳐 직관적으로 창작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도 올해 연말경 1만5000위안(약 277만원) 가격의 XR 헤드셋을 출시할 계획이다. 

리난 앵그리먀오 최고경영자는 최근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화웨이는 XR 헤드셋인 '비전(Vision)'을 6개월 이내 출시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화웨이는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중국에서 AR(증강현실) 헤드셋인 '비전 글래스'를 출시한 바 있다. 

비전에는 애플 비전 프로와 동일한 소니의 4K 마이크로 LED가 탑재됐음에도 가격을 크게 낮췄다. 특히 비전 프로가 무게 600~650g인 데 반해, 절반 수준인 350g으로 제작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애플 비전 프로에서 제공하던 사용자의 눈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아이사이트'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화웨이가 2021년 공개한 AR 헤드셋인 '비전 글래스'. 화웨이는 후속작인 '비전'을 개발 중이다. (출처=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가 2021년 공개한 AR 헤드셋인 '비전 글래스'. 화웨이는 후속작인 '비전'을 개발 중이다. (출처=화웨이 홈페이지)

◆XR 개발 속도 내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해외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XR 기기 개발을 위해 지난해 여름 비밀리에 '이머시브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는데, 최근 이 팀의 인원이 100명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조직 확대는 XR 헤드셋 개발에 속도를 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제품 출시를 목표로 XR 제품의 기술력 및 완결성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개최한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구글 및 퀄컴과 공동으로 'XR 동맹'을 선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XR 기기 개발을 맡고, 구글이 운영체제, 퀄컴이 칩셋 개발을 나눠 맡는다는 전략이다. 

퀄컴은 지난달 4일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XR 기기에 탑재될 이 칩셋은 단일 칩 아키텍처로 초당 90프레임, 4.3K 해상도의 공간 컴퓨팅을 지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퀄컴이 스냅드래곤 XR 2+ 2세대 플랫폼 개발을 발표했는데 이를 통해 갤럭시 이용자들에게 동급 최고 수준의 XR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 본부에 XR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LG전자의 미래 사업 중 하나로 XR을 꼽고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 본부에 XR 사업 조직을 신설한 사실을 공개했다. LG전자는 2021년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는데 관련 제조 역량을 XR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다. 

XR 사업 조직을 늘리기 위해 LG전자 HE 사업본부는 이달 28일까지 XR 구독렌털 사업 개발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에 앞서 최근 XR 디바이스 상품기획 전문가 및 XR 디바이스 사업개발 및 영업전문가 채용도 진행한 바 있다. 

LG전자가 아직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는 미지수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XR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할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지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XR 헤드셋 개발에 나서면서 이와 유사한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퀘스트3'. (출처=메타 홈페이지)

한편, XR 시장에서는 메타의 XR 헤드셋이 가격은 물론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는 2014년 처음 XR 헤드셋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말 '퀘스트3'를 출시한 바 있다. 메타의 XR 헤드셋 기기는 애플의 비전 프로와 비교하면 저가형 제품으로 499달러(66만5900원)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퀘스트3의 지난해 4분기 출하량은 200만~270만대인 것으로 추산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