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2.15 18:35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회장 탄생 100년 기념전시…시대별 도전 결과·미래 집중 조명

아모레퍼시픽이 이번달 오픈한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100년 1924-2024' 전시를 진행하는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전경. (사진=김다혜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이번달 오픈한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100년 1924-2024' 전시를 진행하는 아모레퍼시픽 아카이브 전경.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세상을 아름답게, 인류를 아름답게'.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故) 서성환 선대 회장이 1990년 자신의 다이어리에 눌러 적은 말이다. 서 선대 회장은 일평생 품질에 대한 확고한 기준으로 연구실부터 제주도 황무지에 개간한 녹차밭까지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숱하게 달며 아모레퍼시픽을 이끌어왔다.

15일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100년 1924-2024'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 오산시 가장동 '아모레 뷰티 파크'를 찾았다. 서 선대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네 개의 주제를 담은 6개의 전시실로 마련돼 아모레퍼시픽의 도전과 결과를 시대별로 엮었다.

아모레 뷰티 파크 내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 과거에 사용됐던 설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아모레 뷰티 파크 내 아모레퍼시픽 팩토리에 과거에 사용됐던 설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전시의 첫발은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만든 1954년을 시작으로 한다. 과학적인 화장품 연구를 통한 기술 확보와 품질 향상의 토대를 마련한 시점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의 태동과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현대화된 생산체계를 완성한 영등포 공장 준공의 1960년대, 제조기술 향상에 몰두했던 1970년대, 기업 통합 디자인 매뉴얼을 발간해 시각 이미지 구축에 힘쓴 1980년대, 인삼 원료를 연구해 개발한 설화수를 출시한 1990년대까지 아모레퍼시픽의 궤적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당대에 직접 판매됐던 화장품과 이를 담았던 포장지와 쇼핑백이 그대로 보존되면서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시간 여행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전시장 내에 진열된 아모레퍼시픽의 상품 패키지와 기록물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전시장 내에 진열된 아모레퍼시픽의 상품 패키지와 기록물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이어진 2전시실에서는 서 선대 회장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어머니 윤독정 여사의 동백기름 사업을 이어받은 서 선대 회장은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립했다. 그는 품질을 으뜸으로 여긴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여성을 중시하는 인재관을 형성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그의 삶 전반을 좌우하며 화장품 사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서 선대 회장은 "우리가 가진 장점은 적극적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1960년 국내 최초로 유럽 화장품 산업 시찰을 통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66년 세계 최초로 인삼화장품 ABC 인삼 크림을 개발한 아모레퍼시픽은 1973년 '진생 삼미'를 미국과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화장품 사업을 넘어 우리 고유의 차 문화 복원에도 힘썼다. 당시 사라져 가던 전통차 문화를 살리기 위해 황무지를 일궈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서 선대 회장은 차밭을 조성하되, 반드시 불모지를 개간해야 한다는 의지로 제주의 돌밭을 가꿔 현재의 '오설록 녹차밭'을 만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진행해 온 광고 포스터와 해당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진행해 온 광고 포스터와 해당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다혜 기자)

3전시실과 4전시실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 여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55년 업계 최초로 신문광고를 시작했다. 이후 광고부터 잡지, 라디오, TV 등 매체를 다각도로 활용해 '산소 같은 여자', '영화처럼 사는 여자' 등 시대를 대표하는 광고를 제작해 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1964년 이른바 '방판'으로 불린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했다. 잡화점에서 화장품을 구입하던 기존과 다르게, 집과 직장에서도 화장품 구매와 미용 상담까지 가능해졌다. 이는 아모레를 소비자에 각인시킨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가정을 부양해야 했던 여성들에게는 경제활동의 기회를 부여한 의미 있는 업적이다.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실제 사용했던 명패부터 펜, 서적, 녹차까지 직무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김다혜 기자)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실제 사용했던 명패부터 펜, 서적, 녹차까지 직무실을 그대로 재현했다. (사진=김다혜 기자)

5전시실과 6전시실에서는 서 선대 회장의 집무실부터 아모레퍼시픽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을 이끄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선대 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각별하다. 서 회장은 "아버지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을 할 것"이라며 삶 전체를 맞바꾼 그의 사업 철학에 각별함을 전했다.

실감 나게 재현된 서 선대 회장의 집무실은 아모레퍼시픽 창립 당시부터 서 선대 회장의 책상에 놓였던 명패와 화장품 관련 서적, 즐겨 마셨던 녹차까지 구비했다. 아모레퍼시픽과 맞바꾼 그의 삶이 어떤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 달부터 시작된 전시는 올해 12월 27일까지 1년 동안 진행된다. 이곳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초기 생산 설비들을 비롯해 선대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진 '원료식물원'까지 조성됐다. 각종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식물 원료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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