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20 11:37

4분기 파운드리 포함된 비메모리 사업 적자 폭 확대, TSMC와 격차 더 커져
삼성전자, 3·4나노는 TSMC 뒤지지만 2나노서 '승부 볼 것'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가 고전 중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 사업에서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파운드리가 포함된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비메모리 사업 손실은 지난해 3분기에는 7000억원이었으나 4분기 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지 않으면 향후 2~3년 후에는 TSMC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파운드리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TSMC는 점유율 57.9%로 전 분기 대비 1.5%포인트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2.4%를 기록해 같은 기간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가 현재 12%대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실상 삼성전자에서 자체 칩을 생산하는 비율을 빼면 점유율이 저조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자체 생산하는 칩 비중의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많은 주문량으로 생산 일정이 상당 기간 늦춰지더라도 대다수 고객은 삼성전자로 주문처를 옮기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또한 위탁생산만 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 칩을 생산하고 있어 기술 유출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원철(왼쪽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정원철(왼쪽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가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분사…투자 재원 마련 어려워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부분만을 따로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자체 칩을 제조로 인해 파운드리 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분사를 통해 TSMC처럼 기술 유출 우려를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만을 따로 분사하게 되면 투자 자금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불가피해 분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는 어마어마한 투자 금액이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다른 반도체 사업 부분에서 돈을 벌어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할 경우 투자 금액을 마련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는 30년의 업력 차이가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삼성전자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TSMC는 1987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데다가 언론과 대만 정부가 손잡고 TSMC를 띄우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30년이라는 간극을 단번에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TSMC 추격 승부처는 '2나노' 공정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선단 공정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열세인 4나노와 3나노 공정보다는 2나노에서 TSMC 추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2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업체 간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의 성장이 반도체 칩에 달린 중요한 분야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부터 AI 가속기 등 AI 반도체를 수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TSMC보다 2나노 공정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3나노부터 칩 크기를 줄이면서도 용량을 늘릴 수 있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적용했다. 반면 TSMC는 여전히 3나노에도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핀펫'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TSMC는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이미 GAA를 활용 중인 삼성전자보다 기술적 열세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면 지름이 1나노미터 정도로 얇은 와이어 형태의 채널은 충분한 전류를 얻기 힘든데, GAA 구조 트랜지스터는 종이처럼 얇고 긴 나노를 여러 장 적층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성능 및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독자 기술인 MBCFET로 나노시트 너비도 조절이 가능해 높은 설계적 유연성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시리즈' 차차기 모델로 예상되는 최상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제품도 생산하기로 했다. 시제품 개발은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파악하는 절차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는 TSMC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2나노를 포함한 선단 공정의 수주 증가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향후 TSMC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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