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22 12:00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인공지능(AI)을 앞세운 '갤럭시 S24'가 전작보다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한때 계륵으로 치부됐었던 삼성전자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도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엑시노스 AP는 성능과 발열 등의 문제로 전작인 '갤럭시 S23'에 탑재되지 않았으나,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4에 업그레이드 버전인 '엑시노스 2400'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의 최상위 버전인 울트라 모델은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를, 플러스와 일반형 모델은 엑시노스 2400을 각각 내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3에는 엑시노스 AP를 탑재하지 않았다. 갤럭시 S22에 탑재한 '엑시노스 2200'이 발열 등의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퀄컴 스냅드래곤의 경우, 높은 칩셋 가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있어, 삼성전자는 개선된 엑시노스 2400의 갤럭시 S24 탑재를 결정했다.

우려도 있었지만, 갤럭시 S24 시리즈는 전 모델에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전작보다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 1월 진행된 사전 예약 판매에서 121만대라는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 초기 높은 인기에 물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서 개통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25일까지 진행된 갤럭시 S24 사전 예약에서 퀄컴 AP를 사용한 울트라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한 것을 두고, 엑시노스 AP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반형과 플러스 모델 판매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사전 예약부터 이달 15일까지 갤럭시 S24 판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일반형과 플러스의 국내 판매 비중은 예약 판매 때보다 7%포인트 상승한 47%를 기록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증권가와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판매량을 3500만~3600만대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갤럭시 S24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3600만대로 전망된다"며 "이는 4900만대를 기록한 2016년 갤럭시 S7 이후 8년 만에 최다 판매"라고 내다봤다.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산호세)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산호세)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4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처럼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 S24 흥행을 도우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품력에 자신을 얻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의 올해 1분기 판매 목표를 1200만대에서 13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 엑시노스 2300 대비 CPU 성능 1.7배, AI 성능 14.7배가 향상됐다. 4나노 3세대의 저전력 공정 노드를 활용한 '트라이 클러스터' 구조의 데카코어 CPU, 헥사코어 GPU를 탑재했고, 삼성전자 모바일 AP 최초로 FOWLP(Fan-out Wafer Level Package) 방식을 적용해 열 저항을 개선했다.

최근 IT 매체인 샘모바일은 "갤럭시 S24 일반형과 플러스 모델을 긱벤치6으로 테스트한 결과, 엑시노스 2400은 스냅드래곤8 3세대 AP 대비 10% 밖에 성능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AP의 성능을 끌어올렸다"며 "엑시노스 2400이 퀄컴 AP만큼 우수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한 엑시노스 2400은 문장 교정, 문체 변환 등 다양한 온디바이스 생성형 AI 기능을 지원한다. 구글과 파트너십을 통해 '안드로이드 14'의 새 서비스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AICore와 협력 중이며, 차세대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 나노'를 통해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엑시노스의 부활은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 S24를 통해 엑시노스 흥행이 지속된다면 결국 엑시노스 출하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엑시노스 설계를 진행한 시스템LSI 사업부 및 이를 제조한 파운드리 사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갤럭시 S24 시리즈' 사전 개통을 위해 서울시 서초구 '삼성 강남'을 방문한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달 26일 '갤럭시 S24 시리즈' 사전 개통을 위해 서울시 서초구 '삼성 강남'을 방문한 예약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그러나 엑시노스 AP에 대한 부정론도 아직 존재한다. 일부 사용자들은 엑시노스 AP를 탑재한 갤럭시 S24에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오류가 때때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 오류를 차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PS 주행 중 위치, 속도 오차, 획득 느림, 경로 이탈, 정차 등 현재 위치 움직임 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오류를 확인해 동작 로직 및 설정값을 보완한 후 개선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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