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4.02.21 18:02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여야의 위성정당이 오는 23일과 내달 3일에 잇따라 창당되면서 본격적인 '비례용 위성정당'이 출범하게 된다. '성숙한 민주 정당체계'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됐을 때부터 태생적으로 위성정당의 탄생은 예고됐던 일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별도로 창당하지 않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확보할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전체의석수가 상대 당에 비해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제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은 당시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각각 창당했고, 비례대표를 배출한 후에는 각각 위성정당과 통합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이 같은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오로지 비례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위성정당의 창당이라는 이런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정치 현상이다. 

비례대표제가 운용되는 가장 큰 이유가 지역구 국회의원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직능 대표성의 강화'에 있다면 비례대표는 직능 대표성이 뚜렷한 인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 비례대표들은 직능대표라기 보다는 각 당의 당권파에게 줄을 선 정치인들이 정치계로 유입되는 수단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물론, 개중에는 직능 대표성이 뚜렷한 인물도 드물지만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어떤 분야별 전문성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들이 오로지 각 당의 대표나 실세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비례대표의 높은 순번을 배정받아 국회로 입성하는 경우가 적잖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민의 손으로 뽑지 않은 자들이 선출직(지역구) 국회의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회의원이 돼서 선출직 의원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에 휩싸이게 된다. 또 다른 하나의 의문은 '설령, 국민이 직접 뽑지 않았어도 특정 분야에 있어서 국민들의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상당수 국민은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국민들의 이런 질문에 대해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비례 위성정당인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의 핵심 구성원을 보면 정치인이거나, 시민단체 출신이라도 대부분 정치인과 다름없는 행보를 보였던 인물로 판단된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직능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직능대표성이 아예 없거나 설령 있다고 치더라도 아주 미약한 인사들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편법적인 제도의 틈새를 파고들어 국회의원이 되려고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나라에 민주적인 정당 제도가 뿌리 깊게 정착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4년 전과 이번 4·10 총선에서는 제도 정비 미흡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4년 후부터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손으로 뽑지 않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보니 국회의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일도, 그 어떤 분야별 전문성도 없는 자들이 국회의원으로서 법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그때까지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정체 내지는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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