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02.24 11:07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민주당)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22대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여야가 비례위성정당 창당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례정당 창당 작업에 먼저 나선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선출하고 강령과 정강·정책의 기본방향을 확정해 발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비례연합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은 다음 달 3일 창당한다고 밝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여파에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창당이 본격화하면서 이번 총선에도 정당 난립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연동형제가 처음 도입된 2020년 총선엔 비례 전문당이 2016년 4개에서 20개로 급증하면서 투표 용지가 역대 가장 긴 48㎝에 이르렀는데, 이번에는 이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유력 인사나 현역 의원 대신 실무자급인 당직자를 당대표로 추대했다. 이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바"라며 "사실상 다른 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도 맞불 작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진보당·새진보연합은 지난 21일 비례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배출 협상을 마치고 다음달 3일 가칭 민주개혁진보연합을 창당하기로 결정했다. 총 3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내려는 전략인 데 진보당 3명, 새진보연합 3명, 국민추천 후보 4명, 나머지 20명은 민주당에서 추천한다는 방침이다. 비례대표 명부 순번은 국민추천 후보를 시작으로 각 당 후보를 번갈아 배치한다는 전략이다. 

거대 양당 외에 제3지대 신당, 양대 정당에서 탈당했거나 공천을 받기 어려운 정치인들이 만든 정당들도 우후죽순 등장하는 추세다.

24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총 51개이며 이낙연 대표의 미래대연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신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정치검찰해체당 등 15개 창당준비위원회까지 더 하면 총 66개에 달한다. 지난 21대 총선 정당수(51개 중 비례정당 35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재 통합을 추진 중인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을 합할 경우 등록 정당은 더 줄어들게 된다. 이들 66개 정당이 모두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비례대표 선거 투표지는 85㎝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이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총선과 달리 30석 캡이 없는 데다 등록한 창당준비위원회가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창당할 수 있다"며 "정당 수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당 숫자가 증가하면 길어진 투표지를 감당할 분류기가 없어서 지난 총선 때처럼 손으로 개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34개 정당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투표지 분류기 개선 작업을 마쳤지만 이번 선거 참여 정당이 35개 이상이면 개표 사무원들이 직접 눈으로 심사하고 투표지를 하나하나씩 집계할 수 밖에 없다. 

양당이 전체 300석 가운데 47석인 비례 의석을 얼마나 가져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의석 300석에 정당 득표율을 곱해 각 당의 몫을 정하고, 부족한 의석의 절반을 비례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이번엔 4년 전 총선 때 30석에만 준연동형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과 47석 전체에 준연동형이 적용된다. 4년 전보다 더 빨리 비례정당 창당에 나선 상황임을 감안하면 비례정당이 가져갈 의석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의원 꿔주기' 등 꼼수와 수 싸움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 투표용지의 기호 순서는 각 당의 현역 의원수를 따른다. 국민의힘은 공천을 신청하지 않은 비례대표나 불출마한 의원 최소 7명 이상을 국민의미래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163석) 국민의힘(113석) 녹색정의당(6석)에 이어 기호 4번을 받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의미래보다 앞 순위를 받으려면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의원을 비례정당에 보내야 한다. 현재 민주개혁진보연합에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 등 현역 2명 만 있는데 최소 5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

박홍근 민주개혁진보연추진단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의 비례정당 합류 여부에 대해) 아직은 논의 단계까지 가 있지 않다"며 "순전히 실무적 차원에서 창당 준비위까지 구성돼 있는 상황이다. 당대표 인선, 당명, 주요 정책 등 본격적 중앙당 창당은 앞으로 본격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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