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2.27 15:15

냉동만두 수출액 작년 885억…5년 만에 두 배 성장
축산물 수출 불가…재료 제한에 성장 제동 가능성↑

호주의 '울워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호주의 '울워스'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지난해 수출 최대치를 달성한 냉동만두가 올해도 쾌조의 흐름을 보이면서 라면과 과자, 음료에 이은 ‘K푸드’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을 기세다. 다만, 우리나라가 축산물 수출이 불가능한 ‘구제역비청정국’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수출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3481만달러(약 463억원) 규모였던 냉동만두 수출액이 지난해 6652만달러(약 885억원)를 기록하며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1월 역시 522만달러의 수출액을 찍으며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지난해 냉동만두 주요 수출국은 ▲미국 1801만달러 ▲일본 1569만달러 ▲호주 374만달러 ▲필리핀 305만달러 순을 나타났다. 수출을 주도하는 업체는 CJ제일제당, 풀무원, 오뚜기, 해태제과식품 등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수출 물량보다 현지 생산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산 냉동만두 인기 비결로 코로나 사태를 꼽고 있다. 집에서 간편식을 많이 먹던 시기에 한국산 냉동만두가 인기를 끈 것이다.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고 맛도 좋다는 입소문을 탔고, K푸드 열풍까지 더해졌다.

지난 1월 풀무원식품의 ‘얇은피꽉찬속 만두’가 냉동식품 최초로 IR52 장영실상의 수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사진제공=풀무원)
지난 1월 풀무원식품의 ‘얇은피꽉찬속 만두’가 냉동식품 최초로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풀무원)

하지만, 냉동만두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위해선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과 돼지열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대다수 국가에 축산물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만두 핵심 재료인 돼지고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수출용 냉동만두 대부분은 돼지고기를 제외한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EU는 축산물 검역 타결이 안 돼 만두소에 돼지고기를 사용할 수 없다”며 “일본 등 일부 국가의 경우 돼지고기 사용이 가능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내 냉동식품 최초로 ‘IR52 장영실상’을 받은 풀무원식품의 ‘얄피만두(얇은피꽉찬속 만두)’는 이러한 제약에 곤란한 처지다. 해당 제품은 잘 찢어지지 않는 0.7㎜의 얇은 만두피를 개발‧적용하면서 큼직한 고기와 채소로 속을 꽉 채웠다. 제품 혁신성을 인정받았지만, 수출용 제품에서 돼지고기 사용이 어려워 제품 본연의 특징을 살리기 쉽지 않다.

반대로 일찌감치 해외 생산에 나선 CJ제일제당은 연일 ‘만두 잭폿’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013년 생산공장을 세운 뒤 물량을 확대한 결과, 지금은 냉동만두 하나로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생산 물량은 70%, 내수 및 수출 물량은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미국 아이오와 바이오 공장 전경. (사진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미국 아이오와 바이오 공장 전경. (사진제공=CJ제일제당)

일각에서는 CJ제일제당의 성공 사례처럼 해외 공장을 짓고 현지 냉동만두 시장을 직접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대단위 투자가 쉽지 않고 현지 유통망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접근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선듯 해외 투자를 꺼리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산 냉동만두의 인기가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해외 공장을 보유한 CJ제일제당만 제대로 된 수혜를 누리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축산물 청정국 지위 회복은 단순히 냉동만두에 국한되지 않고 가공식품과 간편식 등 K푸드 전 영역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단순히 K푸드 수출 확대 목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K푸드 수출액을 지난해 121억4000만달러보다 약 12% 늘어난 135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오는 2027년에는 현재 수출 규모의 두 배 수준인 230억달러라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했다.

수출 확대 주요 지원책은 중소업체 마케팅과 인프라 확대 등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