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2.27 17:09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파국 직면에 처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는 속담처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걷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인해 산업의 공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결사반대한다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등록제 신설이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협의를 요청하면 반드시 응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협회 측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마다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난립을 주장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들의 빗발친 요구로 가맹본부마다 정상적 경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맹점주의 ‘을질’로 인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쇠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반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개정안 통과를 원하는 이들은 그동안 가맹본부의 ‘갑질’에 허덕인 만큼, 이번 기회에 가맹본부의 ‘못된 버릇’을 뜯어고치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오는 29일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관련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양시론일 수도 있지만, 양측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보면 저마다의 사정과 고충은 분명히 있다. 개정안을 막아야 할 명분도 있고, 이를 통과시켜야 할 당위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취재 과정 중에서 들여다보게 된 안타까운 실상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최근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몇몇 외식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 갑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다.

가맹점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할인행사 프로모션 진행과 관련 비용의 가맹점 전가는 예삿일이며, 가맹점주들과의 협의체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은 가맹본부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라는 사모펀드의 본질적 속성을 떠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저열함으로 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일부의 이러한 행동들은 결국 원칙과 기준을 세워 현명하게 운영하는 가맹본부까지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산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바로 그것이다.

가맹점주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맹본부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뒀음에도 메뉴를 자기 마음대로 끼워 파는 일부터 가맹본부의 식자재 공급을 거부하고 직접 조달에 나서는 점, 본사 운영 노하우를 취득한 후 ‘간판갈이’를 자행하는 등 개인의 이득을 위한 거침 없는 행태를 목격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지속적인 ‘일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근원적 문제로 보인다.

영미법에서 통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프랜차이즈 업계에 도입하면 어떨까.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이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서로 몸조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배상액이 무제한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무분별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고, 국내법이 민사법과 형사법을 엄격하게 구분한 대륙법을 따르고 있어 도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보완한 ‘3배수 손해배상 제도’가 수면 위에 오르는 실정이다. 개인정보 누설 등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자 법원은 ‘5배수 손해배상’까지 인정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란은 갑질인지 을질인지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공생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1977년 국내 첫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태동한 이후 무려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반복되는 갈등을 100년까지 이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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