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02.27 18:25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와 의료개혁 추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사 증원은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며 "증원마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중앙지방협력회의 개최 후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인 첫 사례로, '의료개혁'과 '2024년 늘봄학교 준비' 2가지 안건을 논의했다.

현재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 4대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다. 4대 정책은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과 관련 "고령화와 첨단 바이오산업 발전 등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해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규모"라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워 증원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의사 수 확충과 함께 사법 리스크 완화, 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의료계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에 매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10년 뒤에야 의사들이 늘어나므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과거 우리나라가 균형잡힌 필수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의사 수가 줄어들면서 의료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 수가 줄면 의사는 수입이 높은 비급여에만 전부 몰리게 돼 있다"며 "의료 수요가 커짐에 따라 그에 필요한 만큼 의사를 꾸준히 늘렸다면 미용과 성형과 같은 비급여 부분이 시장 원리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도 시장 원리가 작동됐을 것이다. 필수의료도 그렇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렸던 것도 사례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100명 이하로 뽑다가 300명, 500명 이렇게 늘렸다가 김 전 대통령 때 1000명을 뽑았다"며 "이렇게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니까 법률 전문가들이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굉장히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대 증원이라는 필수조건과 충분조건을 함께 추진해 의료계도 장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의료개혁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중증 환자 중심의 대책을 추진해 진료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2024년도 늘봄학교 준비'와 관련해 아이돌봄과 교육을 부모에게 맡기는 '페어런츠 케어'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퍼블릭 케어'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씀드려 왔다면서, 국가 돌봄이 정착되면 부모님들의 부담도 덜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늘봄학교 준비 상황을 점검해 보니 지역별 참여 학교 수의 차이가 크다고 걱정하며 전국 어디에 살든, 학부모님들의 염려와 고민은 다르지 않으므로 어느 지역이든 늘봄학교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 문제만큼은 진영 논리나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를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총력 지원에 나서겠다"며 "늘봄학교의 성공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대학, 민간 등 우리 사회 전체가 '한 마을'이 돼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은 2024년 늘봄학교 준비 상황을 소개하며 지역별·학교 여건별 준비 격차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시·도지사, 시·도교육감, 학부모, 교사, 강사 등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운영 프로그램, 공간, 인력, 거버넌스 등과 관련된 시도별 협력 사례를 공유하고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추가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 과정에서 부산광역시 교육청은 지역 대학·기관이 협력해 학생들의 성장 단계에 맞는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 사례를, 경기도 교육청은 돌봄 초과수요 해소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공간을 마련 중인 사례를, 강원도는 도-교육청-시-한국노인인력개발원-초등학교 간 강원형 늘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사업과 늘봄학교를 연계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차관 및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지자체에서는 지방4대협의체 회장과 시·도지사, 시·도 교육감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와 교장, 학부모, 늘봄 프로그램 강사 등 관계자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KB금융 ESG상생본부장 등 민간기관에서도 참석해 열띤 토론을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