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04 16:37
김영섭 KT 대표 (사진제공=KT)
김영섭 KT 대표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량 기자] "태광그룹을 보라"

김영섭 KT CEO가 취임 6개월만에 눈에 띄게 검사출신들을 고위직 임원으로 대거 영입하면서 KT내부가 '사천이냐'. '정치권 낙하산이냐'를 두고 술렁이고 있다. 감찰 강화를 통해 내부직원들을 통제하고 외부 비판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려 김 대표의 아성구축 강화가 최종목표인 '사천' 아니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김대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정치권 낙하산 인사 일 뿐 김대표도 어쩔 수 없는 인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KT내부는 이런 논쟁속에 태광그룹의 사례를 거론하며 결국 이들 검찰 영입인사들이 김 대표가 조직을 장악하는 칼과 방패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긴장감을 표시하고 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에 수장에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지난달말 내정돼 선임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해 11월 이용복 전 대구지검 형사5부장을 법무실장(부사장)으로, 올 1월 추의정 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과 허태원 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검사를 각각 감사실장, 컴플라이언스 추진실장으로 영입했다. 여기에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장까지 검찰 출신 인사가 등용되면서 ‘KT내부의 사정라인’이 모두 검찰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최종 4인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주인공이다. 하지만 두 기수 후배인 이원석 현 검찰총장이 지명되면서 검찰을 떠났다. 김후곤 검사는 연수원 25기, 이원석 검사는 연수원 27기였다. 2022년 9월 7일 열린 김 검사의 서울고검장 퇴임식에는 검찰총장 후보자이자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이 검사가 찾아와 꽃다발을 건네 화제가 됐었다.

김 내정자는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 1996 서울북부지검 검사로 임관된 뒤 검찰내에서 특수부, 첨단범죄수사부 등에서 평검사로 근무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파견근무를 하기도 했다. 

이어 2013년 수원지검 특수부장, 201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2017년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을 역임한 '특수통(특별수사통)'으로 활약해왔으며 대검 대변인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18년 검사장으로 승진 후 대검 공판송무부장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장을 거쳐 2022년 5월 고검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장을 맡았다. 그리고 그해 9월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27년간의 검사직을 내려놓았고 이어 같은달 법무법인 로벡스에 합류했다.

2022년 2월 설립됐던 로백스는 법률(Law)과 백신의 줄임말 '백스(Vax)'를 결합한 이름으로 2019년까지 부산지검장을 지낸 김기동 대표 변호사와 서울서부지검장을 역임한 이동열 대표 변호사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로펌이다. 여기에 김 내정자가 합류하면서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친 세 사람이 한솥밥을 먹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기동·이동열 전 검사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냈다. 

이에 대해 KT 내부는 불편함을 표시하고 있다. KT 새노조는 'AI기업인가 검찰기업인가'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고 "KT의 이미지가 AI기업이 아니라 검찰기업이 더 잘 어울릴 지경"이라고 논평했다.

특히 KT내부는 '태광그룹의 사례'를 들어 법무법인 로벡스의 역할도 주목하고 있다. 태광그룹의 대주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뒤 특수통 검사가 주력인 법무법인 로백스와 계약을 맺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임직원 PC를 포렌식하는 전례없는 특별감사를 진행해 뉴스가 됐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법인세 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며 2019년 6월 징역 3년형이 확정돼서 복역하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한 바 있다. 태광그룹은 당시 "내부 감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금융·IT분야의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에 전문성을 가진 법무법인 로백스를 감사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로백스를 통해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특별감사 뒤 이 전 회장의 경영공백 기간 업무를 총괄했던 그룹내 이른바 '실세'들에게 전례없는 인사숙청이 단행됐다.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를 비롯 전용인 티시스 대표, 김명환 흥국화재 전무, 김민 흥국자산운용 상무 등이 해임되거나 대기발령됐다. 

KT내부는 이 같은 전례를 들며 김 내정자를 고리로 로벡스가 혹은 이와 유사한 외부조직이 뒤를 받쳐주는 '태광식 내부 감찰'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KT관계자는 "취임 6개월이 지난 김영섭 CEO가 본격적으로 구현모 전 KT대표 시절 내부 임직원들과 선긋기를 하고 자신의 경영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들 영입검사들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전 LG CNS 사장이었던 김영섭 CEO는 지난해 8월 30일 KT 연구개발센터에서 KT 새 대표로 공식 선임돼 취임 7개월을 맞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잇따른 검사영입은 정치권 낙하산일뿐 김대표의 '사천'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KT 인사는 "KT는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라서 정부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며 "김대표가 정치권의 요구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해 잇따른 검찰영입을 놓고 내부논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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