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4.03.04 19:20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 맥주 '크러시'의 모델로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가 선정됐다.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 맥주 '크러시'의 모델인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사업의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올해 초 ‘클라우드 생드래프트’의 캔과 페트 제품을 단종하며 신제품 ‘크러시’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제로 소주 ‘새로’와 ‘처음처럼’이 판매 시너지를 내면서 맥주 사업에도 동일한 ‘투트랙 전략’을 이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제품이 단종 수순을 밟는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캔(355㎖·500㎖)과 페트병 제품을 차례대로 단종한다.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는 지난 2020년 6월 100% 맥아(몰트)를 사용해 ‘생맥주’의 신선한 맛과 청량감을 강조해 출시됐다. 하지만 국내 맥주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테라’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롯데칠성은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정리하고 지난해 11월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 크러시에 집중할 계획이다.

크러시는 4세대 맥주를 표방하며 Z세대를 타깃으로 술집과 식당 등 유흥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주류 업계에서 관행처럼 진행되는 대대적인 신제품 마케팅 대신 Z세대를 중심으로 유흥 채널에서의 입소문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매출이 신제품 출시에도 1년 전인 2022년 4분기와 비교해 0.3% 떨어지면서 가정채널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계획을 올해 하반기에서 지난달로 앞당겨 진행했다. 가정 채널 공략을 위해 이달부터 크러시의 캔 3종(355㎖·470㎖·500㎖) 제품을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채널에서 판매한다. 조만간 페트(PET) 제품으로도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열린 소주 '새로' 팝업스토어에 현지인들이 방문해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베트남 현지에서 열린 소주 '새로' 팝업스토어에 현지인들이 방문해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크러시가 이례적으로 Z세대를 정조준한 마케팅 행보를 보인 이유는 롯데칠성의 효자 상품 제로 소주 새로의 성공 공식 때문이다. 새로는 2022년 9월 칼로리 부담을 덜어낸 제로 슈거를 전면에 내세워 2030세대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출시 8개월 만에 누적 판매 1억병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Z세대를 중심으로 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의 성공으로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새로 출시 이전인 2021년 15.3%에서 지난해 20.7%로 상승했다. 출시 초기 새로의 선전에도 기존 처음처럼과 캐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 상황이었지만 점유율을 크게 올리는 데 성공해 안정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주류 사업 매출을 이끌고 있다.

소주 사업에서 성공한 Z세대 공략법을 맥주 사업에서도 펼치는 데 이어 투트랙 전략을 맥주 사업에 이식하기 위해 ‘가지치기’ 작업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출시 4년 9개월 만에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롯데칠성의 맥주 ‘피츠’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제품 크러시 띄우기를 위해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정리하는 결정은 지난 2017년 피츠가 신제품으로 출시된 당시와 닮아 있다. 신제품 피츠의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 유흥시장에서 클라우드의 자리에 피츠를 채웠고, 피츠가 단종되면서 피츠에 자리를 내준 클라우드의 점유율까지 같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기존의 클라우드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된 만큼 일반 맥주 라인으로 크러시를 강화해 이원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두 브랜드의 특성이 다른 만큼 피츠 출시 당시와는 다르게 두 개의 브랜드를 함께 성장시키면서 클라우드 생드래프트를 대체할 크러시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