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11 14:40

정부 "170명 차출해 병원 파견…200명 추가 지원 계획"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공중보건의사(138명), 군의관(20명)을 수련병원 등에 배치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방부는 11일부터 일차적으로 공보의, 군의관을 20개 의료기관에 4주간 파견키로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늘부로 군의관 및 공보의를 20개 의료기관에 파견하고 현장 상황을 살펴 추가적인 인력 투입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보의 150명(이전 방역응급의료상황실 12명 배치 포함), 군의관 20명 등 1차적으로 170명을 차출해 지원한다. 주로 전공의가 이탈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부분을 보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의는 92명"이라며 "단순히 학교를 졸업하고 임상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가급적 인턴 수료자를 중심으로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바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200명 정도 추가 파견을 계획하고 있다"며 "상황을 봐가면서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공보의, 군의관 투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던 공보의와 군의관이 파견됐을 때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의료현장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격오지 주민과 군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밝힌 건 정부임에도, 정부가 나서서 격오지 주민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8일 '일부 환자의 불편이 있으나 중증 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대란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을 남발했다"며 "의료대란이 아니라면 '심각'은 언제 발령하고, 업무개시명령은 왜 발령했느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데 대해서는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료와 아무런 관련 없는 단기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의사가 부족해서 의대 정원을 3000명에서 5000명 늘리겠다면서 전공의가 아닌 일반의 역할을 하겠다는 선택을 막는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는 앞뒤 맞지 않는 무리한 행보를 중단하고 전공의에게 자행하고 있는 반인권적 폭력에 대해 사죄하라"며 "정부의 자세 변화가 없으면 현 사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2912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은 총 1만1994명(92.9%)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8일까지 총 4944명을 대상으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실시했다.

현재 정부는 '행정처분 완료 전 복귀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전공의가 복귀하게 되면 최대한 선처할 예정으로, 전공의들은 빨리 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했다.

전병왕 실장은 '선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할 때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는 다르게 처분이 나갈 수 있다. 정상 참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실제 처분할 때 여러 소명이나 기간 등을 고려해서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처분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면 돌이킬 수가 없다"며 "가능하면 조기에 돌아와서 업무에 복귀를 해서 환자 진료에 매진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