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16 00:30
KT 광화문 사옥 (사진제공=KT)
KT 광화문 사옥 (사진제공=KT)

[뉴스웍스=정승양 대기자] 지난해부터 KT 지휘봉을 잡은 김영섭 대표이사가 전임 경영자의 전략사업을 중단시켜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4일 자회사 KT 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던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민클(MINCL)' 서비스를 전면 종료했다. 지난해 8월 30일 김 사장이 KT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KT는 공지를 통해 "사업환경의 변화로 인해 민클 서비스가 부득이 3월 4일부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클 서비스는 KT가 2022년 4월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전면 철수했다.

해당 사업은 구현모 KT 전 대표가 발굴한 신사업 중 하나다. 출시 당시 KT는 NFT 사업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 향상과 그룹 내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KT는 지난해부터 공들여 추진해오던 베트남 헬스케어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하노이 소재에 대규모로 조성 중이던 건강검진센터 건립을 중단했으며, 올 들어 베트남 현지에 세운 'KT 디지털전환(DX) 베트남(VIETNAM)' 법인장과 임직원들도 연초 한국으로 발령을 냈다. 헬스케어 사업의 전면 철수로 읽히는 행보다. 

KT의 헬스케어 사업은 전임인 구 대표가 추진하던 탈통신 신사업 중 하나다. 디지털전환(DX) 부문의 핵심 축으로 꼽혔다. KT는 AI·빅데이터 역량을 비대면 케어서비스와 결합시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나간다는 전략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해 1월 베트남 현지 의료법인인 KT헬스케어비나(KTHV) 설립한 뒤, 원격·AI의료서비스로 동남아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베트남 의료법인 설립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업체 중 KT가 처음이다. 이어 ▲위암 수술 환자 퇴원 후 관리 ▲당뇨 중심의 만성질환자 건강 습관 관리 시범 사업을 8월부터 전개한다는 비전도 공유했다. 각각 ▲베트남 국립암센터 위암 수술 환자 100명 ▲하오이의대병원 당뇨 환자 240명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어 3월에는 베트남 지사를 법인으로 전환해 'KT 디지털전환(DX) 베트남(VIETNAM)'을 설립했다. 또 올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3300㎡ 규모의 하노이 건강검진센터 설비구축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4월 KT는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베트남 국립암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 AI를 활용한 암 조기진단 및 치료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2~3년 시장 안착 이후 동남아 섬나라 국가로 영역 확대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본격 가동되면 연간 3만명을 진단, 올해부터 연 20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청사진이었다.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들과 장비매입 논의가 이뤄졌고, 계약금 지불까지 마친 상황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갑작스러운 철수 결정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LG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오너의 통제를 강하게 받는 LG그룹이라면 취임 6개월 만에 전임 경영자가 숙고해 중장기 전략사업으로 육성해온 신사업을 이렇게 접을 수 있겠냐"며 "그간 어렵게 투자하고 구축해온 자산을 임의대로 처분하면 국민 자산가치 훼손과 마찬가지며,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맹점을 선명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동종업체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경우,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접근이 이뤄진다"며 "KT는 CEO의 독단적 결정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T CEO의 독단 결정에 대한 감시장치가 필요하다"며 "김 대표가 전임 대표 색깔 지우기 차원에서 기존 전략사업들까지 흔들면, KT의 경쟁력 저하부터 국내 통신 산업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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