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19 15:50

삼성전자, 점유율 '비상'…암과 협력 강화 통해 GAA 기술 고도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스 행사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스 행사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다른 업체들보다 더 빨리 1.8 나노 공정에 나서면서 시장 2위를 노린다고 밝힘에 따라 삼성전자와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는 자금력 면에서도 인텔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의 이같은 공세에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굳건한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삼성전자와 업력에 30년의 차이가 있는 만큼 TSMC 고객들은 크게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게 되면 삼성전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업력, 기술력에서 경쟁 업체들과 큰 차이가 난다. 인텔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도 고객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TSMC 점유율은 떨어져도 한 자릿수 감소세에 그칠 것이다. 다만 아직 파운드리 시장에서 시장 장악력을 보유하지 못한 삼성전자에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기존 핀펫 기술에 비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GAA 기술을 2나노 공정에도 적용함으로써 기술 우위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지만, 과연 이런 전략이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인텔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사진제공=인텔)
인텔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사진제공=인텔)

◆인텔, 1.8나노 공정 대형 고객사 MS 영입…파운드리 시장서 공격적 행보 

인텔은 최근 올해 말부터 1.8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며, 1.8나노 공정의 첫 대형 고객사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내년에 2나노 공정을 첫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인텔은 더 향상된 1.8나노 공정을 올해 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회사들보다 양산 일정이 빠르다. 게다가 MS 같은 대형 고객사를 영입했다고 하니 반도체 업체에서는 인텔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인텔은 최근 미국서 개최된 '파운드리 전략 발표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1.8나노 공정과 함께 2027년에는 1.4나노 초미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기다. 삼성전자는 2나노에서 바로 1.4나노 공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인텔이 1.8나노 공정에서 생산할 칩은 MS의 자체 설계 인공지능(AI) 칩인 '마이아'로 추정된다. 인텔의 최근 파운드리 생산 규모는 지난해 말 100억달러에서 현재 150억달러로 50억달러가 늘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MS 물량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2030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인 TSMC는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을 감안, 삼성전자를 누르고 2위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을 밝힌 것이다. 

팻 겔싱어 CEO는 2021년 초 인텔에 다시 돌아온 후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 하에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반도체 투자에 나서며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 국한됐던 반도체 생산 역량을 미국·유럽으로 분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의 독일 등 여러 지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세우고 있다. 

펫 겔싱어 CEO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 비중을 미국과 유럽을 50%까지 늘리고 아시아를 50%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을 살펴보면 핵심 제품은 자체 생산하고, 일부 제품은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과 내부 파운드리를 외부 고객사에 개방하는 방안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부 파운드리를 외부 고객사에 개방하기 위해 신규 생산 시설 확보와 3나노급 이하 초미세공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인텔은 미세공정에서는 뒤져 있었지만 미세공정 시장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인텔은 그동안 소외돼 왔던 미국, 유럽 지역에서 신규 팹을 늘릴 계획이다. 이들 팹에서 '인텔 20A' 등 2.0나노급 초미세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텔은 2022년 이후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635억달러(88조8500억원)인데, 이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텔은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거액의 보조금을 지불받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에 대출을 포함해 100억달러(13조337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최대 527억달러(7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10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에 지급이 예상되는 60억달러에 비해 40억달러(5조3348억원)가 더 많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법을 적용할 때 자국 업체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는 데, 미국 인텔에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2나노 공정에서 큰 시행착오 없이 기술 우위 확보"

삼성전자는 1위인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늘어났다. 1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96억6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14.0%가 늘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57.9%에서 61.2%로 상승했다. TSMC의 분기 점유율이 6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분기(60.1%) 이후 3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TSMC는 물론 인텔과 경쟁에서 힘을 얻기 위해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 기술로 승부수를 건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3나노 공정에서부터 기존 핀셋 기술에 대해 기술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GAA 기술을 도입했다.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 사옥에서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위해 열린 'SAFE 포럼'에서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 사옥에서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위해 열린 'SAFE 포럼'에서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처음 적용하게 돼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우리는 3나노 공정부터 이미 이 기술을 적용한 만큼 2나노 공정에서 큰 시행착오 없이 기술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산하 에코시스템 협력사들이 삼성전자의 수주 확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이 같은 GAA 트랜지스터 구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팹리스 입장에서는 공정명이 2나노인지, 3나노인지 중요하지 않고 원하는 성능의 칩만 나오기만 하면 된다"며 "트랜지스터 구조가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GAA 구조는 3개였던 접합 면을 4개로 늘려 게이트의 간섭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게 돼 성능이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펀 시트 모양의 채널 구조를 3나노 공정 노드에 우선 적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미 구성된 파운드리 생태계를 활용하고 최근 글로벌 반도체 설계자산업체인 Arm(암)과 협력을 강화한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파운드리 분야에서 약 50개 사의 SAFE IP 파트너를 보유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인텔은 파트너사로 약 10개 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또 암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GAA 기술을 고도화할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암은 이미 수년 전부터 파운드리 분야에서 제휴를 맺어왔다. 이번 협력 강화를 통해 암의 설계 자산(IP)에 GAA 공정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암의 아키텍처를 활용하려는 기업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 이를 요청하면 암과는 협력이 돼 있어 빠른 설계가 가능해진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암과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를 TSMC에 비해 확보한 IP가 적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는 5만5000개의 IP를 확보한 데 반해 삼성전자는 4500개의 IP를 확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출범한 이후 IP가 3배까지 증가했지만, 아직 IP가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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