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1 14:02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표지석. (사진=박성민 인턴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의 투표율이 21일 오전 10시 기준 86%를 넘어섰다. 전삼노 측은 이번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쟁의에 찬성하는 표가 8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삼노와 삼성전자 사측은 성과급 기준 변경을 둘러싸고 극명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삼노는 찬성이 80%를 넘어서면 쟁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삼노는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21일에는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한다. 

전삼노와 삼성전자 사측은 성과급 기준 변경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삼노 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성과급 기준을 현재 적용하고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대신 '영업이익'으로 바꿀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를 거절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직원들에게 제기되면서 사측과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한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하니 급여에 큰 불만이 없지만, 삼성전자는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봤자 성과급으로 나오지 않으니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연봉의 30% 정도가 성과급으로,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2022년 역대급 매출 달성으로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며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성과급 0%로 연봉이 확 줄어드니 가정이나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생활이 안 돼 배달을 한다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투잡 직원들도 꽤 생겨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기준으로 사용하는 EVA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뜻한다.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이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이다. 기업 전략상 비밀에 가까워 사측은 이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EVA의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하다 보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전삼노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은 올해 회사에서 발표한 게 영업이익 13조원이 나더라도 성과급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EVA를 기준으로 투자금과 임원들 성과급 등은 빼야 하는 데 기준이 명확하 않다. 투자금도 실제로 썼는지 안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처럼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으려면 영업이익이 50조원은 돼야 주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업이익이 얼마를 넘기면 얼마를 받겠구나 예상되어야 하는데 40조원을 달성해도 20%를 받을 수 있고, 기준이 완전히 명확지 않다"며 "지난해 반도체 사업이 적자가 났으니 성과급은 많이 못 주겠다는 것이다. 매년 성과급 기준이 점점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3조원을 달성하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20~30% 성과급이 나가야 하지만 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또 "직원들은 성과급을 안 주는 데 임원들에게는 별도의 성과급을 준다. 이전에 무선 사업부 직원들이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50%의 성과급이 나간 적이 있다. 사측에 문의하니 돈을 많이 벌었을 때는 이를 모았다가 나중에 적체해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음 해 다시 물어보니 이 제도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없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는 공지가 전혀 없었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또 사측은 지난해 연봉 협상이 체결되지 않아 올해 2년 분의 임금 협상을 진행하게 되자, 지난해 연봉 협상 대신 직원들에게 재충전 휴가를 주겠다는 조건을 전삼노에게 제시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18일 사측은 재충전 휴가는 아니지만 변경된 휴가 건을 들고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잠시 정회를 했다 다시 회의를 하니 경영진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휴가는 없다'고 내세웠다"며 "하루라도 재충전 휴가를 주면 협상을 타결시켜 볼까 했는데 회사가 한순간에 이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측은 '하루라도 휴가를 더 주면 반도체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사측에서 휴가를 다시 가지고 오면 모를까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전삼노 측은 "사측은 21일 주주총회에서도 한종희 부회장이 '대화 창구가 열려있다'고 말을 했는데 회사에서 만나자고 제안을 해와야 하는데 전혀 제안이 없었다. 우리가 대표이사와 만나자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한 부회장은 이를 계속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기 어렵다. OPI 제도에 대해서는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었다"며 "우리는 대화 창구를 계속 열어두고 있으며, 극한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삼노는 조합원 독려와 함께 사측 압박을 위해 지난 18일부터 전광판을 단 홍보트럭 2대를 포함해 현수막, 대자보, 피켓 등을 동원해 삼성전자 서초사옥, 신라호텔 인근, 수원 사업장 등 에서 트럭 시위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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