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3.26 16:25
2020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롤러블폰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020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롤러블폰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화면 일부를 기기 안쪽으로 말아 넣어 축소하거나 잡아당겨 확장해 사용하는 '롤러블폰' 시장이 본격 태동할 전망이다. 관련 기업들은 롤러블폰 상용화에 앞서 관련 특허를 발빠르게 출원하며 '특허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폴더블폰의 뒤를 이을 롤러블폰, 슬라이더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롤러블폰 출시를 준비 중이며 서비스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고 생태계가 성숙하는 시점에서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선행 개발을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폼팩터는 완성도와 소비자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재·제품 등 선행 연구가 잘 되어야 하고, 특허 확보도 수반되어야 한다"며 "현재 이러한 부분을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이어 "앞으로도 여러 폼팩터 연구와 고민을 통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개발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된 MWC 2024에서 중국 트랜션의 브랜드인 테크노모바일이 롤러블폰 콘셉트폰을 전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앞서 중국 오포는 2020년 '이노데이 2020' 행사에서 롤러블폰 시제품인 '오프X 2021'을 공개했고, 레노버도 자회사인 모토로라를 통해 MWC 2023에서 세로로 길어지는 형태의 롤러블폰을 선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롤러블 플렉스'. (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롤러블 플렉스'. (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롤러블폰 2025년 양산 가능할까…특허 출원 '완료' 

롤러블폰은 지난 2020년 11월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서울 R&D 캠퍼스에서 열린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롤러블폰으로 추정되는 제품을 손에 쥔 모습이 포착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의 변화를 제시하며 해당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 시장에서 6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폴더블폰 시장의 2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는 11.9%의 점유율을 기록, 삼성전자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런 선점 효과 때문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처럼 롤러블폰도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롤러블폰과 관련해 미국에서 특허를 출원했다"며 "출시 시점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매체 마이스마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지식재산기구(WIPO)에 롤러블 또는 슬라이딩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특허를 출원했다. WIPO에서 공개한 특허에 따르면 삼성 롤러블·슬라이드 스마트폰은 두 개의 하우징을 갖추고 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슬라이드인-아웃을 하기 위한 모터는 왼쪽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슬라이딩 디스플레이의 일부를 수용하는 후면 패널에는 S펜 컷아웃을 위한 공간도 제공한다. 

또한 전면 이미지는 기기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알림을 표시하거나 앱을 열 수 있는 작은 디스플레이가 제공됨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일부 안드로이드 커스텀 스킨에서 볼 수 있는 사이드바와 유사한 기능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롤러블폰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함에 따라 제품 양산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유명 IT 팁스터들은 삼성전자가 내년 중 롤러블폰의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명 IT 팁스터 레베그너스는 최근 엑스를 통해 “삼성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을 2025년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MWC 2024에서 공개된 롤러블 스마트폰 '팬텀 얼티메이트'. (출처=테크노모바일 유튜브 채널)
MWC 2024에서 공개된 롤러블 스마트폰 '팬텀 얼티메이트'. (출처=테크노모바일 유튜브 채널)

◆테크노모바일 1.3초 만에 화면 크기 변경…삼성디스플레이는 5배 확장

선전시 소재의 중국 테크노모바일은 지난 2월 개최된 MWC 2024에서 롤러블 스마트폰인 '팬텀 얼티메이트'를 선보였다. 

팬덤 얼티메이트는 늘어났다 줄어드는 양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으며 1.3초 안에 스크린 크기를 바꿀 수 있는 효율적인 전환 체계를 제공한다. 6.55형 디스플레이가 옆으로 늘어나며 최대 7.11형으로 확장되는 제품으로, 두께는 9.93㎜에 불과하다. 

테크노는 이 제품을 지난해 8월 최초로 공개하면서 "미래 대형 화면 스마트폰 경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 이 제품의 정확한 출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아직은 롤러블폰이 시제품 단계인 만큼, 언제 출시될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해 미국 로스젤레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위크 2023'에서 패널을 5배 이상 확장할 수 있는 '롤러블 플렉스'를 최초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위크는 세계 정보디스플레이학회가 매년 북미 지역에서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전문 행사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머물게 한 롤러블 플렉스는 화면 세로 길이를 기준으로 49㎜에서 254.4㎜까지 5배 이상 확장된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O자 형태 축에 디스플레이를 감았다가 푸는 형태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형태를 자신의 취향과 용도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작은 크기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휴대하고, 큰 크기로는 모니터나 TV처럼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들고 다니기 힘든 대형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롤러블로 구현해 휴대성을 끌어올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롤러블 플렉스는 디스플레이의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미국에서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특허 출원을 완료해 관심을 끈다. 미국 특허청(USPTO)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취득했다. 출원일은 2022년 2월 25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개최된 CES에서는 S자 모양처럼 기기 한 부분은 안쪽으로, 다른 한 부분은 바깥쪽으로 접히는 멀티 폴더블 제품인 '플렉스 S'와 안쪽으로 두 번 접는 '플렉스 G'를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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